운 따랐던 IMM PE의 투자회수…미샤·마르스 등 골칫거리 산적
입력 21.04.12 07:00|수정 21.04.13 08:43
반년 사이 W컨셉·대한전선·할리스 등 경영권 회수 거래
산업 트렌드 변화나 실적 개선 등 운도 따라줬다는 평
실적 꺾인 미샤, 차입금 상환 압박에 마르스 회수도 고민
동시다발적 투자회수는 “LP 안심 시키기 위한 것” 평가도
  • IMM PE의 투자회수 움직임이 숨가쁘다. 대한전선, 더블유컨셉, 할리스커피, 태림포장 등 포트폴리오를 적극 정리하고 있다. 회수기에 산업 트렌드가 바뀌거나 원매자가 나타나 주는 등 운도 따라줬다는 평가다.

    IMM PE는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출자자(LP)로부터 오랜 신뢰를 받아왔는데 에이블씨앤씨(브랜드 미샤), 마르스엔터 등 부실 위험이 큰 포트폴리오가 부담이다. 최근의 적극적인 회수 행보는 회수 실적을 우려하는 LP들에 대해 성의를 표하기 위한 것이란 시선도 있다.

    IMM PE는 이달 초 온라인 여성 플랫폼 더블유컨셉을 에스에스지닷컴에 매각했고, 지난달엔 대한전선을 호반산업에 팔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작년엔 할리스에프앤비 매각에 성공했다. 반년 사이 경영권거래(바이아웃) 포트폴리오 정리만 세 건이다. 재작년엔 태림포장을 팔았고 인트론바이오, 레진엔터테인먼트 등 소수지분 투자 회수 움직임도 눈길을 모았다.

  • 더블유컨셉 회수 성공 배경엔 주력 구매자를 ‘매니아’에서 ‘일반 소비자’까지 확장한 면도 있다. 그보다는 팬데믹 이후 ‘플랫폼’ 가치 상승의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다. 10조원이면 성공이라던 쿠팡의 몸값이 100조원을 찍은 후 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CJ그룹, 무신사 등이 막판까지 인수 경쟁을 벌였다. IMM PE는 더블유컨셉 직원들에 어느 기업으로 갔으면 좋겠느냐고 묻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IMM PE는 대한전선을 인수하며 한앤컴퍼니가 써냈던 1250억원 보다는 많은 돈(유상증자 3000억원)을 들였다. 그러나 우발채무 문제가 크지 않았고 채권단도 채무 상환유예를 해준 덕에 부담이 크지 않았다. IMM PE는 대한전선 인수 후 설비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회사의 실적은 개선됐고 주가는 올랐다. 기회가 날 때마다 자본재구조화(리캡) 및 블록세일을 통해 원금 대부분을 회수했고, 이번 경영권 매각을 통해 가욋돈을 얻게 됐다.

    할리스에프앤비는 실적이 매년 개선됐음에도 여러 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초기엔 해외 전략적투자자(SI)와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뒤늦게 해외 라이선스 문제가 불거지며 무산됐다. 한때 최대 3000억원을 희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격을 고집하기 어려웠다. 여러 차례 매각 주관사를 바꿔도 결실이 없다가 작년에야 KG그룹에 팔렸다. KG그룹은 KFC 인수 후 프랜차이즈 사업에 자신을 보이던 차였다. IMM PE 입장에선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귀인’이라는 관전평이 나왔다.

    대한전선과 할리스에프앤비의 매각으로 IMM PE 2호 블라인드 펀드의 성적표는 양호하다. 2019년엔 태림포장도 인수 대비 2배의 몸값을 받고 팔았다. 아직 교보생명과 현대엘엔지해운의 회수가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2호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10% 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IMM PE의 잇따른 투자회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투자 선구안이 좋았고 기업가치도 잘 끌어올렸다는 평이 있는 반면,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부실 위험이 있던 포트폴리오가 있었지만 장기투자펀드(Long term fund) 였기 때문에 회수 적기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첫 바이아웃 기업인 캐프 역시 회수까지 7년이 걸렸다. 매각 초기 높은 희망가격이 시장에서 거론되곤 하는데 결과는 그와 괴리가 큰 모습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IMM PE 2호 블라인드 펀드는 장기로 투자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기업이 망가져도 고칠 시간이 있었다”며 “운도 많이 따랐기 때문에 IMM PE의 기대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IMM PE가 동시다발적인 투자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사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실 위험이 큰 포트폴리오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다른 포트폴리오에서라도 회수 성과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영권거래와 지분 투자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며 색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IMM PE는 4~5년 간격으로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며 펀드 규모를 키워왔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여러 공제회 등 LP들이 겹친다. 담는 그릇만 시기별로 다를 뿐 돈을 맡기는 주체는 거의 같은 셈이다. 한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좋지 않다면 다른 포트폴리오를 잘 팔아서라도 LP들에 성의를 표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IMM PE는 2008년 결성한 1호 블라인드펀드만 해도 아직 완전히 회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회수 논의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펀드 자체는 이미 2017년에 해산했고, 청산 법인 형태로 지금까지 문제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 2호 펀드에선 교보생명 투자지분 처리가 골치다. 신창재 회장과 법적 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다. 펀드는 어느덧 열 해 째를 맞았다.

    3호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가장 걱정스럽다.

    IMM PE는 2017년 에이블씨앤씨(브랜드 미샤) 지분 25%가량을 1882억원에 인수했는데, 회사의 시가 총액은 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회사는 볼트온 전략을 펼치며 흑자전환을 이루기도 했지만 최근 실적은 부진하다. 인수금융도 상환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약정(Covenant) 치유 목적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가능성도 거론된다. 에이블씨앤씨는 MBK파트너스의 네파와 비슷한 처지라는 평가다.

    터키 마르스엔터테인먼트도 아픈 손가락이다. CJ CGV는 올해까지 기업공개(IPO)를 약속했었으나 영화관 산업은 팬데믹 이후 침체 일로다. 동반매도요청권(Drag along)을 활용해도 기대한 수익률을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 투자는 수익률보다 4대 금융지주의 일원이라는 후광 효과가 더 큰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IMM PE는 부실 위험성이 큰 포트폴리오가 많은 상황”이라며 “최근 분주하게 투자회수에 나선 것은 매각 가능한 자산이라도 빨리 팔아 LP들의 불안을 잠재워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