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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운용사 한 운용역은 최근 본인이 검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지인들과 함께 토지매입 계약금으로 약 3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해당 토지는 물류센터 인·허가를 받았고, 이를 담보로 PF 대출을 일으켜 물류센터 건립과 매각까지 성공했다. 이 결과 펀드 운용보수는 물론, 20배에 이르는 개인 투자 수익도 거둘 수 있었다.
국내 운용업계에 ‘개인 투자’ 열풍이 번지고 있다. 본인이 운용하는 펀드에 스스로 돈을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금리 등이 맞물린 가운데 자본시장의 중심인 여의도에서는 업무와 투자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사모펀드(PE)나 운용사에서는 책임 투자 원칙하에 해당 사례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위험 고수익’에 해당하는 PF사업이나 비상장기업 위주로 투자 대박을 노리는 사례가 유행처럼 번지는 기세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스턴투자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 등 부동산 개발사업 투자비중이 높은 운용사들 위주로 펀드 운용역들의 개인 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본인이 검토한 사업성 높은 프로젝트 위주로 작게는 1억, 많게는 수십 억 단위로 투자한 뒤 이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꼭 펀드가 아니더라도 시행사 역할을 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주주로 참여하기도 한다.
비슷한 업무를 맡는 대형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개인 돈을 투자하는 경우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PF사업 초기 단계에서 토지 매입 계약금의 일부를 투자한 뒤, 토지 인허가 시점과 맞물려 토지비 상환을 받고 빠져나오는 방법이다. 건물 완공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데다, 인허가 승인만 나면 수익률이 꽤 짭짤해 증권사 직원들이 선호한다는 후문이다.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운용역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IMM인베스트먼트 운용역이 회사 블라인드펀드에 초기 자금을 댔고 MBK파트너스, 안젤라 고든, DWS(도이치에셋앤자산운용) 등은 성과급 일부를 펀드 투자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부는 투자 광풍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회사 직원들은 고소득, 고성과급 등으로 선망의 눈길을 받았다. 하지만 젊은 층들 사이에서 ‘근로소득은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며 투자회사 종사자들 가운데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이들의 연령대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종사할 직장으로 유명 사모펀드가 아닌 소규모 벤처캐피털을 선택하는 이들도 생겨난다는 후문이다. 대형 딜(거래) 완수를 통해 커리어를 쌓기보다 당장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비상장기업 투자를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투자시장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사례다. 책임 투자 원칙을 장려하기 위해 오히려 일부 하우스는 운용 펀드에 개인 투자를 강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담당자는 “유럽 운용사들은 부동산 개발사업에 운용역들을 상대로 투자할 수 있는 룸을 항상 준다”라며 “일종의 주인의식 장려 차원이고, 기관투자자를 모집할 때도 설득이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투자업계 분위기를 감안하면 당장 구조적으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금융 당국에서도 본인이 운용하는 펀드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분위기다. 한 운용역이 여러 개의 펀드를 운용할 때, 자기 돈을 투자한 대상과 아닌 것 사이에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까닭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 사람이 관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건들이 있다고 할 때, 에쿼티(지분) 투자한 프로젝트와 그렇지 않은 프로젝트들을 기관투자자에 셀다운(투자 후 재매각)할 때 자칫 의심 어린 시선을 받을 것”이라며 “선택적으로 펀드에 투자하게 된다면 향후 투자자들을 설득할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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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08일 07:00 게재]
펀드 운용과 동시에 개인 돈 투자하는 운용역들↑
비상장기업·부동산PF 등 고수익 투자 기회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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