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상장? 매각?…마켓컬리가 가진 구조적 한계
입력 21.04.16 07:00|수정 21.04.19 09:57
상장 준비 본격화...미국 뉴욕·나스닥 시장 가닥
SI 유치 움직임도 포착...기업가치 극대화 포석
새벽배송 강점이지만 최근 보유 CAPA 한계 도달
  • 마켓컬리의 미국 증시 상장이 유력하다. 강점인 신선식품 배송 특색을 살려 상장 스토리를 짜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상장과 동시에 대기업 몇 곳에 매각 의사를 타진,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 예상하는 기업가치에 반하는 높은 콧대와 복잡한 유통구조는 투자금 회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컬리는 지난 수년간 잇따른 매각설의 중심에 서왔다. 지분을 보유한 기관들이 투자회수를 위해 매수자를 물색하는 시도가 수차례 드러났고, 매번 김슬아 대표가 직접 나서 매각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매각설의 불씨는 상장 계획을 공식화한 최근까지도 꺼지지 않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최근 한 대기업과 접촉해 지분매각 및 투자유치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상장 전 대형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해 기업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시 투자 유치 시 평가받을 기업가치로 최대 7조원까지도 거론됐다.

    마켓컬리는 그간 국내 상장 추진과 함께 신선식품 배송에 관심이 있을 유통 대기업 혹은 IT기업들에 매각 의사를 태핑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왔다. 상장 계획을 공식화, 미국 증시로 가닥 잡았지만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도 동시에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직접 매각 대상을 물색, 롯데·신세계 등과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향후 수년간 수조원의 투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종적으로 이들 기업의 마음을 사진 못했다.

    사업 성격상 물류센터 등에 지속 투자가 필요하다보니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투자금은 마켓컬리의 조급함을 키우고 있다. 마켓컬리는 현재 물동량 급증으로 보유 캐파(CAPA) 한계치에 도달했다. 새벽배송을 내세웠지만 제시간에 배송이 안 된다는 소비자 불만도 새어나온다.

    오프라인 거점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경쟁 대기업들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해 전국 단위로 배송 가능 영역을 넓히기는 한계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마켓컬리 사업초기에 투자를 단행한 다수의 벤처캐피탈(VC)들은 이 점을 예상하고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당시 한 투자 담당자는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을 높이 사 초기 라운드에 들어갔지만 추후 유통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규모의 경제에서 질 수밖에 없는 모델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유통망 손을 빌릴 수밖에 없을 만큼 한계치에 이르렀지만 당장 투자를 단행할 '큰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상장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

  • 최근 상장 계획을 공식화한 이후 시장의 관심사는 '컬리가 과연 쿠팡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까'로 옮겨오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미국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 공모가 기준 68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쿠팡과 유사한 직매입 모델인 마켓컬리는 외신에 '제2의 쿠팡'이란 호칭으로 소개되며 이목을 끌었다.

    쿠팡 효과에 힘입어 마켓컬리 또한 뉴욕증시 혹은 나스닥 상장을 검토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미국 증시는 국내보다 큰 수준의 유동성을 기대할 수 있다. 소수 의결권을 가진 김슬아 대표가 차등의결권을 인정받아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해외 상장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현재 김슬아 대표의 보유지분은 6.67%로, 1년 전(10.7%)보다 4%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5월 외국계 VC인 DST글로벌·힐하우스캐피탈·세콰이어캐피탈 등에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보유지분을 일부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는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을 도입했다는 점을 내세워 상장 스토리를 짜고 있다. 김슬아 대표까지 직접 나서 새벽배송 물류 시스템을 어필한다. 김 대표는 현재 수도권으로 한정돼 있는 배송지역을 상반기 내로 수도권 바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김포 물류센터를 오픈해 하루 평균 주문량을 기존 22만 상자에서 두 배인 44만 상자로 늘린다는 목표다.

    국내 및 외국계 증권사 IPO 실무진들은 마켓컬리가 온라인 신선식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은 갖췄지만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자체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향후 성장성이 제한적이다 보니 쿠팡만큼 투자자들이 IPO 참여에 적극적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선식품으로 특화된 고유 특색은 큰 장점이지만 전체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정된 신선식품 품목에 주력하고 있다보니 플랫폼 기업으로서 해외 투자자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제2의 쿠팡'이란 기대감이 모이지만 쿠팡과는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평도 다수 제기됐다.

    우선 수익성 측면에서 수천억대 영업적자임에도 그 규모를 큰 폭으로 줄여가는 쿠팡과 비교해 마켓컬리는 오히려 적자 폭을 키우는 상황이다.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 당장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마켓컬리가 수년 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 확신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오랜 기간 착실히 준비작업을 치러온 쿠팡에 비해 마켓컬리의 미국 상장 준비는 다소 급하다는 점도 언급된다. 쿠팡은 본사 소재지가 미국이며 2010년 설립 이래 꾸준히 미국 상장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확실한 우군으로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혹평에도 불구 수조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아마존 모델이 익숙한 미국 투자자들에겐 오랜 기간 '제2의 아마존'이라는 콘셉트를 각인시켜 왔다.

    거래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작년까지 상장지로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고려했다. 매출이 1조원에 도달하며 자신감이 붙은 지난 하반기부터는 미국 상장이 선택지로 추가됐다. 지난해 모건스탠리 출신인 김종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을 계기로 전사적으로 미국 상장 준비에 '급' 돌입한 상태로 전해진다. '쿠팡 효과'가 사라지기 전 최대한 빠르게 상장해야 한다는 조급함을 드러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