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군불 때는 대우건설 매각…내부 통제·해외 부실 부담은 여전
입력 21.04.22 07:00|수정 21.04.23 11:24
국내 주택 호황에 주가 상승세…IB·PEF 등 접촉 이어져
매각 환경 나아졌지만 내부 관리·해외 부실 등은 부담
낙하산 사장 조직 장악 실패…해외 부실로 M&A 무산
존재 의미 걸린 KDB인베 “확실하지 않으면 시작 안해”
  • 국내 주택경기 호조로 대우건설의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머지 않아 매각 절차가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 많아지고 있다. 매각에 나설 환경은 갖춰졌지만 대우건설의 고질적 문제는 여전하다. 산업은행 관리 시절부터 경영진과 임직원에 대한 통제가 쉽지 않았다. 과거보다 규모가 줄긴 했지만 해외 사업 부실도 잠재 위험 요소로 꼽힌다. 대우건설 매각 성과에 존재 의미가 걸린 KDB인베스트먼트는 마지막까지 돌다리를 두드려야 할 상황이다.

    대우건설의 국내 주택분양 시장 호조로 건축, 주택 부문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고 이익률도 개선되고 있다. 앞으로도 2~3년간은 주택 부문의 성장성이 유지될 것이란 평가다. 10% 안팎의 이익률을 내는 주택사업 수주 잔고만 작년말 기준 26조원에 달한다.

  • 최근 대우건설 주가도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팬데믹 초기 2250원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급등해 KDB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단가(주당 6450원)도 넘어섰다. 시장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주관을 따내려는 국내외 증권사는 물론 잠재적인 인수후보들도 공을 들이고 있다. 스카이레이크를 비롯한 복수의 사모펀드(PEF)가 컨소시엄을 꾸리는 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선 국내 사업환경이나 주가 상승 추세가 반갑지만 섣불리 매각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오랜 기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았지만, 실질은 ‘주인없는 회사’였다. 일단 '낙하산'으로 사장이 내려오면 회사 관리에 큰 관심이 없었고, 임직원들도 동기부여가 되기 어려웠다. 회사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7년 3위에서 지난해 6위로 매년 뒷걸음질 쳤다. 기업가치 개선은 커녕, 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형 사장은 2018년 6월부터 대우건설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삼성물산, 포스코건설을 거쳤는데 인선 당시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대우건설의 핵심은 주택건축인데 김 사장은 토목 전문가다. 그렇다고 대우건설의 토목 성적표가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직원 사이에선 김 사장이 한창 임기를 지날 때 다른 공공기관 사장 자리에 지원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사실이 어떻든 조직 장악에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임 박창민 사장은 사장추천위원회가 갑자기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외부에서 끌어온 후보였던 터라 정권 실세와 연이 닿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취임 1년여 만에 자진사퇴했다. 박 전 사장은 임기 중 수십조원 규모 프로젝트를 협의하기 위해 중동에 간 적이 있다. 당시 해당 정부 장관들도 나왔지만 미팅에만 잠시 참여하고 관광하겠다며 자리를 비워 빈축을 샀다. 산업은행 산하 기업의 사장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란 평이 따랐다.

    지난주 대우건설 노조는 내부 인사를 사장으로 발탁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경영진을 하나의 유기체가 아닌 CEO와 CFO, 미래전략 3파로 분열된 기형적인 구조를 갖도록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 사장의 임기는 오는 6월로 조만간 연임, 교체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해외 부실 문제의 뇌관도 언제고 터질 수 있다. 해외에서도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개발(Starlake City) 등 부동산 사업의 수익성은 좋지만, 해외 사업의 주력인 플랜트와 토목 분야에서 이익을 내기까지는 요원하다. 신규 수주건이 얼마나 이익으로 돌아올지, 과거 수주건에서 언제 부실이 발견될지 점치기 어렵다.

    2018년 초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할 때도 거래 막판에야 숨겨뒀던 부실이 터져나왔다. 매각자가 강한 진술과 보증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작년말 기준 대우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 직원은 2407명인데, 플랜트사업본부(1069명)와 토목사업본부(1012명)의 합과 덩치가 비슷하다. 플랜트·토목이 돈을 벌지 못한다 해도 딸린 임직원이 있으니 수주를 안할 수는 없는데, 글로벌 유가하락 등 영향으로 고정비를 부담하기도 쉽지 않았다.

    한 대우건설 출신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장 관리도 어려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긴 쉽지 않다”며 “성과를 보여야 하는 임원들은 악성 수주를 또다른 수주로 덮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또 다른 해외 부실이 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2019년 6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2억1093만여주(50.75%)를 1조3606억원(자기자금 8606억원, 차입금 5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이 지분의 최근 시가는 1조5000억원인데,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한 지분가치가 1조8000억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매년 순자산 규모가 수천억원씩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금액은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KDB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선 어지간한 금액으론 성에 차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자산은 대우건설이 유일하고, 수익도 지금까진 산업은행으로부터 받는 1%의 관리보수가 전부다. 조만간 두산인프라코어 투자 자산도 편입되지만 펀드 규모를 감안하면 관리보수는 연 3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사장은 내년 상반기 취임 3년을 맞는다. 이번 거래를 통해 존재 의미를 입증하고 산업은행과 회사에 큰 수익을 안겨야 하는 상황이다. 성과가 부진하면 처음의 우려처럼 ‘자리 만들기’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매각을 공식화하기 전까지 시장 상황을 충분히 살펴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KD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시장에서야 원매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섣불리 매각을 시작하면 잘 나가고 있는 대우건설이 망가질 수 있다”며 “앞서 호반건설 사례도 있었기 때문에 매각을 완료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