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호황에 커지는 현대重 IPO 기대감...6兆까지 언급
입력 21.04.23 07:00|수정 21.04.22 18:05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동종 회사 밸류 고조
당초 기대 안했던 지주 구주매출 기회 엿 볼 수도
  • 현대중공업이 상장을 앞두고 조선업 업황 반등을 호재로 맞고 있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동종 회사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며 시가총액도 6조원까지 언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주매출 가능성도 조심스레 떠오른다. 당초 100% 신주 발행을 계획해뒀지만, 예상보다 기업가치가 오른다면 지주회사 입장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일부 구주매각을 꾀해볼 수 있는 까닭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동종 회사로 유력하게 꼽히는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3월 말 한 때 8000원을 넘어 신고가를 다시 썼고, 대우조선해양 역시 2만8000원대로 올해 초 2만원대 초반에서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올랐다. 통상 조선업종 기업은 유형자산이 많아 밸류에이션(Valuation)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PER)보다 PBR을 주로 사용한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1.18배, 대우조선해양은 0.81배에 이른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의 상장 발표 당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PBR이 각각 0.89배, 0.68배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해당 회사들의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중공업 회사들의 잇따른 수주 소식이 들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9일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주된 해당 운반선 26척 가운데 11척을 건조하게 됐다. 경쟁사인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3월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수주하는 등,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중공업 예상 기업가치 역시 덩달아 오르고 있다. 당초 5조원 규모로 예상됐지만 상장 시점 기준 6조원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작년 현대중공업 순자산인 5조3600억원에 삼성중공업 등 유사 업종 회사들의 PBR 평균인 1.02배를 적용하면 현재 기업가치는 약 5조4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이나 현대미포조선 PBR인 1.18배를 적용하면 약 6조3000억여원까지 오른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중공업이 일부 구주매출을 고려할 가능성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당초 회사가 밝힌 상장계획은 구주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업 경기가 가파른 반등세를 보이며 상황이 달라졌다.

    통상적으로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구주매출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시장에서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구주 매각은 신주 발행을 통해 추후 회사의 성장에 쓰일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최대주주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돕는다는 성격이 강해서다. 다만 공모주 열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게 되면 일부 구주매출을 꾀하더라도 공모주 시장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가 당초 예상보다 웃돌고, 시장에서 조선업 전망이 재평가된다는 전제 아래서다.

    당초 계획한 대로 구주매각 없이 신주만 발행한다 하더라도, 현대중공업이 투자금으로 확보할 자금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추가 현금 여력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의 도움 없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이번 상장으로 최대한 많은 투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상장 후 신주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모두 향후 투자금을 미래 선박 개발, 생산설비 구축 등에 활용할 계획을 밝힌 점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신주 및 구주 비율은 상장 시점의 발행사의 기업가치에 달려 있다”라며 “현대중공업이 상장을 고려할 당시만 해도 중공업이라는 헤비 인더스트리에 대한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구주매출을 선택지에 넣기 어려웠겠지만 최근 조선업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