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확대 vs 신용등급' 딜레마…'마법의 재무구조 개선안' 찾는 SK E&S
입력 21.04.26 07:00|수정 21.04.28 09:47
지난주 주요 글로벌 IB에 RFP 보내기도
투자 속도 내지만 재원 부족에 재무구조 악화
차입 안되고 자산 매각도 제외…실행 방안 모호
지분 활용 카드도 쉽지 않아…IB 난색 표하기도
  • SK E&S는 최근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재무구조는 악화하고 신용등급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상태로는 그룹이 요구하는 변화를 따르기 어렵기 때문에 자금조달 및 재무구조 개선 방도가 필요하다.

    이에 회사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금융자문을 구하려 하는데 신경써야 할 조건이 많다. 부채비율을 고려해야 하니 차입을 일으킬 수 없고, 자회사 등 비주력 자산 매각도 고려 대상에서 빠졌다. 결국 지분(Equity)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룹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없어야 한다. SK E&S가 ‘마법의 솔루션’을 찾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SK E&S는 지난주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금융자문용역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RFP를 통해 ‘SK E&S에 최적화된 금융 솔루션 방안’, ‘실행가능성 높은 재원 조달 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회사 총 자산의 20~30% 수준(약 2조~3조원)을 연내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자문사는 이달 중 선정할 계획이다.

  • SK E&S는 도시가스와 LNG발전이 주력인데 성장성이 점점 둔화하고 있다. ESG, 파이낸셜 스토리 를 강조하는 그룹의 경영 방향과 맞지 않다. 그룹의 한 축인 SK텔레콤은 중간지주 전환을 선언하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주춧돌을 놨고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일 일만 남은 것과 대비된다.

    그룹 수뇌부에서도 강하게 에너지 계열사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E&S는 수소·신재생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글로벌 수소기업 플러그파워 지분을 인수하고, 가스전 개발도 본격화했다. 현재 회사가 살피고 있는 해외 투자 건도 여럿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투자 성과가 나타나기까진 갈 길이 멀다. 그 사이 작년 실적은 큰 폭으로 꺾였고 재무구조가 약화했다. 모회사인 SK㈜에 대한 배당 부담도 컸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SK E&S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와 무디스도 각각 작년과 올해 회사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SK E&S는 체질 전환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활동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신용평가사들도 투자 자체는 나쁘게 보지 않지만 당장 재무 체력이 약화하는 것을 묵과할 수는 없다. 주가 급등과 회계 이슈로 인해 플러그파워 투자분 유동화도 어려워졌다. 회사가 앞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선 자금조달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배경으로 금융자문사를 구하려는 것인데 실행 방법론은 간단치 않다.

    SK E&S의 부채비율은 2019년 152%(연결기준)에서 작년 186%로 급격히 상승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차입금과 차입의존도도 증가 등을 하향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빚을 늘릴 수는 없다. 금융권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회사 등 개별 자산 매각은 제외했다. 지난해 SK E&S의 도시가스 자회사 매각 또는 유동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진행되진 않았다. 시장과 가격차, 직원들의 반발 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그룹 내부에서 해당 사업을 유지하려는 곳과 매각하려는 곳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자산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도 쉽지 않다. 매각안을 제외했을 뿐만 아니라 유동화할 실물 자산이 얼마나 있을 지도 미지수다. 기존 핵심 자산과 설비는 유동화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리스의 경우 회계적으로 리스 부채로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활용 가능한 것은 회사의 지분(Equity)인데 이 또한 수월하지만은 않다.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증자를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히는데 이 역시 신경쓸 것이 많다. 회사의 기존 주력은 성장성이 없고, 신사업은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주 높은 가치를 쳐주기 주저할 수 있다.

    투자자가 어느 정도 안전장치를 바란다면 협상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회사가 이번에 바라는 방안에는 상장(IPO)도 빠져 있다. 투자유치 때는 상장 조건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가 강한 수준의 풋옵션을 바란다면 회계적으로 부채로 잡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향후 회사가 되사줘야 하는 가능성 자체도 부담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TRS(Total Return Swap) 방식으로 SK E&S 지분 10%를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 90%를 가진 SK㈜가 이를 내년에 되사주는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 E&S 100% 지분 가치는 6조7000억원으로 평가됐는데, 그 때도 투자 가치가 낮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지분만 활용해 2조~3조원을 조달하기도, SK㈜에 부담을 지우기도 쉽지 않다. SK E&S는 IB들에 회사 거버넌스 체계에도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사정이 이러니 금융자문 허들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른 일들로 일손이 부족한 IB에선 벌써부터 “다른 IB에서 할 것”이라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도 있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빚은 늘릴 수 없고 자산 매각은 안되고 상장은 하지 않겠다고 하니 어떤 방안을 제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결국 에쿼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돈을 만들라는 것인데 회사가 마법의 솔루션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