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변신한 HK이노엔 IPO 임박...신약 역량 입증은 여전히 과제
입력 21.04.28 07:00|수정 21.04.28 15:47
HK이노엔 올해 상장 예정...예심 청구 임박
작년 순이익 111.4% 큰 폭 상승...예상 시총↑
  • 숙취음료제 ‘헛개수’로 유명한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이 실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상장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케이캡정’의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예상 기업가치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HK이노엔이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세포유전자치료제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 상장 시 숙제로 꼽힌다. 통상 제약회사의 미래 기업가치가 신약 사업을 통해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이를 통해 투자심리를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연내 상장을 위해 상장 예비심사 청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3분기 안에 상장을 완료한다고 가정할 시 늦어도 4월 말까지는 예비심사를 제출해야 한다. 공모주 시장 열기가 살아 있을 3분기 안에는 상장을 마무리 짓는 것이 몸값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HK이노엔이 지난해 제약 부문 매출이 높아진 데 따라 올해 안에 상장할 시 예상 시가총액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HK이노엔은 작년 기준 매출 5984억원, 영업이익 870억원, 순이익 279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16%가량 증가했다. 특히 예상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순이익은 111.4% 큰 폭으로 늘어났다.

    케이캡정의 매출 성장세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캡정 매출규모는 약 78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세 배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1분기에도 같은 추세로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1분기 매출은 34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영업이익은 21.9%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통상 제약 및 바이오회사의 기업가치를 측정할 때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HK이노엔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면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HK이노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의약품 시장 기준 주요 경쟁사는 종근당,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이 꼽힌다. 이들의 PER 평균은 118배에 이른다. 이를 HK이노엔 순이익에 적용하면 3조원을 훌쩍 넘는다.

    모회사인 한국콜마 역시 HK이노엔 상장으로 지분 이익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콜마 영업이익 가운데 HK이노엔이 60%가량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HK이노엔 보유 지분 역시 소폭 늘렸다. 지난 21일 한국콜마는 약 500억원을 들여 HK이노엔 주식 93만4579주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HK이노엔 지분율은 기존 50.7%에서 54.3%까지 증가했다.

    다만 HK이노엔이 집중하고 있는 자가면역질환,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신약 개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아직까지 불투명한 점은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우려 요인이 될 수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치료용으로 개량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 방식을 말한다.

    현재 HK이노엔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가장 앞선 단계에 속해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현재 개발 계획단계로 생산시설과 전문인력을 구축해둔 상태다. 통상 임상 1상에서 허가 승인을 받는 의약품 후보물질이 7.9%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초기 상태인 셈이다.

    결국 당장의 매출 동력인 케이캡정의 뒤를 이을 신약 후보의 가능성을 입증해내는 것이 상장 시 투자심리를 북돋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이라며 “자세한 일정은 알려줄 수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