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직 내려놓은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박철완 전 상무 진입 원천 봉쇄
입력 21.05.11 07:00|수정 21.05.12 07:34
박찬구 회장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 사임
내년 주총엔 사내이사 선임 안건 없어
공격 명분 잃어가는 박철완 전 상무
거버넌스 개편, 리조트 투자 배경은 ‘실적 자신감’
  •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론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 목적이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박 회장의 사임으로 내년도 주주총회에선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는다. 박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의 이사진 진입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구 회장과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이사는 지난 4일 금호석화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금호석화는 내달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2명의 사내이사를 신규로 선임할 계획이다. 신규 선임 예정인 인사는 고영훈 중앙연구소장(부사장), 고영도 관리본부장(전무)이다. 각각 연구개발(R&D) 및 재무·회계 분야의 전문가이다. 이로써 금호석화는 올해 주총에서 선임된 백종훈 대표이사와 함께 3인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게 됐다.

    박 회장의 사임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란 목적 외에 현재 진행중인 취업제한 소송도 배경으로 꼽힌다. 2018년 배임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박 회장은 이듬해 금호석화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법무부는 박 회장에게  취업 제한을 통보했으나, 박 회장은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초 1심 판결에서 패소한 박 회장은 현재 패소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박 회장의 사임 배경을 차치하고 신우성 대표이사까지 물러나면서 이번 사내이사 교체가 단순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이 아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금호석화의 이사진은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3명이 사내이사이다. 박찬구 회장과 신우성 사내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임시주총을 통해 새로 선임될 2명의 사내이사의 임기는 3년이다. 이사의 결원이 생겨 보선을 통해 선임된 이사의 임기는 통상적으로 전임자의 잔여 임기까지지만, 정관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는 경우엔 본래 임기를 채우게 된다. 금호석화의 정관에는 보선 이사에 대한 임기가 따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올해 주총에서 선임된 신규 사내이사의 임기는 오는 2024년까지가 된다.

    결국 내년 주총에선 2명의 사외이사(정진호 더웰스인베스트먼트 회장, 정용선 前 코람코자산신탁 대표이사)의 교체 또는 유지 안건 외에 별도의 이사 선임 안건은 상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진입에 실패한 박철완 전 상무가 박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도 주총에서 다시 이사 선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박 전 상무는 올해 주총이 끝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주총 결과와 상관 없이 비친화적 주주환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금호석화 측은 박 전 상무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박찬구 회장이 계속 사내이사로 남아 내년 주총에서 연임에 도전할 경우 상당한 잡음이 예상되기도 했다. 취업제한 소송 등에 부담으로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박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박 전 상무 측에 동조하는 일반 투자자들을 올해 주총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양측의 표대결이 펼쳐질 경우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제부터 박 전 상무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방안은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 해임 안건을 상정하거나, 현재 최대 10명으로 제한된 이사의 수를 늘리는 정관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이 유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안건 모두 특별결의요건, 즉 주주들의 66.7%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승산이 높지 않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주총이 끝난 직후 2명의 사내이사를 교체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사례”라며 “신규 사내이사가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도 막을 내린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화는 박 회장의 사임과 더불어 박 전 상무측이 반대했던 금호리조트에 대한 투자도 결의했다. 박 회장의 사임과 더불어 논란이 됐던 금호리조트의 투자까지 큰 잡음 없이 진행할 수 있던 데는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배경이란 평가도 있다.

    금호석화는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액 1조8545억원, 영업이익 6125억원을 기록하며 1970년 창립한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 사업부문에 걸친 고른 실적 성장이 눈에 띄었다. 주가또한 상장 이래 신고가를 기록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