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메리츠운용 대표, 1분기 급여만 12억원...회사 이익 육박해 '과다' 논란
입력 21.05.24 07:00|수정 21.05.26 09:24
메리츠운용 1분기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
"AUM 감소하는데 외부 활동만" 비판 나와
핵심 펀드 운용하던 '존리 사단'은 와해
  • '가치투자 전도사', '동학개미운동 존봉준 장군'으로 불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올 1분기 12억원 가량의 급여를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메리츠운용의 분기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어서 운용업계에서는 '과다 급여' 지적이 일고 있다.

    운용업계에서 존 리 대표는 동고동락하던 운용역들이 연이은 이탈과 핵심 펀드의 저조한 수익률로 회사 안팎에서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미디어 노출과 외부 활동이 잦아지며 논란은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최근 공시된 메리츠자산운용의 2021년 1분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분기 '임원'에 대한 보상 금액은 총 12억6000만원이다. 단기 종업원급여가 약 8억8000만원, 성과급으로 분류되는 기타 장기급여가 약 3억4000만원이다.

    메리츠운용은 올해 초 주식운용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홍석 상무가 퇴사하며 존 리 대표가 회사내 유일한 '상근 등기 임원'으로 남았다. 임원 가운데 사외이사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1분기 급여와 성과급은 모두 존리 대표가 받아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검토보고서에 등재된 '임원에 대한 보상' 내역에는 '상근 등기 임원'에 지급엔 액수만 포함되는 것이 원칙이다. '비상근'인 사외이사에 대한 급여 내역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존리 대표의 1분기 급여는 8억8000만원, 성과급은 3억4000만원으로 산정된다.

    같은 기간 메리츠자산운용의 분기 순이익은 14억원이었다. 회사의 분기 이익 규모가 대표이사 한 명의 급여 규모와 거의 맞먹는 셈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존 리 대표가 고액의 급여를 수령한 정황에 대해 이런저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회사가 이익을 내는 부문에서 존 대표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 존 리 대표는 2018년 이후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겸직하고, 몇몇 핵심 펀드에 대해 직접 책임운용역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운용역'으로서의 면모를 대외에 강조해왔다. 다만 실제 운용은 대부분 후임인 박정임 수석, 김형석 매니저 등으로 이관된 상태라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물론 운용사 대표의 역할로 펀드 매니징보다는 대외 활동 등이 더욱 적합할 수 있다. 외부 강연이나 방송 등을 통해 메리츠자산운용 펀드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존 리 대표의 대외활동이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기엔 메리츠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 감소 추이가 가파르다. 2017년말 6조2500억여원에 달했던 메리츠자산운용 AUM은 현재 3조8200억여원으로 4년간 38% 줄었다. 한때 1조7000억원에 달했단 대표 펀드 메리츠코리아1호의 순자산은 현재 3500억여원에 불과하다. 2019년말 대비 1200억여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게다가 그가 이끌던 이른바 '존 리 사단'도 모두 회사를 떠나면서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존 리 사단은 2013년 존 리 대표가 메리츠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 함께 이직한 핵심 운용역들인데 메리츠코리아1호 등 핵심 펀드의 초기 성과를 낸 것도 바로 이들이다.

    하지만 2018년 키맨(Key man)으로 꼽혔던 권오진 전무가 회사를 떠났다. 권 전무가 이탈하자 키 매니저의 이탈을 문제삼은 노르웨이국부펀드(GPFG)가 메리츠자산운용에 맡겼던 1조원을 회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9년 상반기에는 다시 핵심 운용역 중 3명을 포함, 무려 6명이 메리츠운용을 떠났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존 리 대표와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때부터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던 김홍석 상무마저 회사를 떠났다. 이들이 퇴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은 이연성과급제도를 두고 존 리 대표 및 메리츠자산운용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들이 존 리 대표와 메리츠운용을 떠난 배경으로는 부족한 성과 보수시스템, 그리고 저조한 펀드 운용실적이 이유로 운용업계에서는 거론되고 있다.

    특히 간판 펀드였던 메리츠코리아1호의 부진이 첫 손에 꼽힌다.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메리츠코리아1호의 최근 5년 수익률은 33.78%로 연 수익률은 5.99%였다. 같은 기간 벤치마크 지수 수익률 74.47%(연 11.77%)의 절반에 불과하다.

    메리츠코리아1호의 기준가는 2015년 8월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5년간 1000원을 밑돌았다. 펀드 기준가는 매 1년마다 1000원으로 조정하고 수익률에 맞춰 좌수를 늘리지만, 1000원 미만인 경우엔 조정하지 않는다. 즉 2016년 1월 이후 가입자는 사실상 대부분 장기간 손실을 면치 못했던 셈이다. 유동성발 폭등장을 타고 지금은 최근 6개월간 30% 이상의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이미 그 사이 평판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시니어 운용역은 "간판 펀드 수익률이 부진하며 핵심 운용 팀이 와해됐고, 이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연봉이 낮은 신입 운용역 위주 인력을 돌렸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운용업계에서는 언급됐다"며 "이 바닥에선 수익률이 전부인데, 존 리 대표는 개인의 성과는 공개한 적이 없고 대표 펀드는 오랫동안 벤치마크 지수에 미달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7년말 10명으로 늘었던 메리츠자산운용 운용역 수는 올해 5월 기준 7명으로 줄었다. 운용역 평균 경력은 같은 기간 6년 3개월에서 4년 8개월로 짧아졌다. 운용역 1인당 담당하는 펀드 수는 13개에서 18개로 늘어났다.

    이처럼 메리츠자산운용의 내부 상황이 좋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에서 존 리 대표가 각종 방송과 언론 미디어 노출을 급격히 늘리고 동시에 분기이익에 육박하는 급여를 받아가고 있으니 업계에서 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존리 대표의 강연은 일반인들도 알아듣기 쉽고 귀에 쏙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한 물 간 조언이라는 의견도 많다"며 "금융투자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모를까, 현재 주식시장에 대한 진단은 대부분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메리츠자산운용은 “해당 숫자는 지난해 4분기 수치로 잘못 기재돼 현재 정정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올 1분기 기준 임원에 대한 보상 항목의 단기종업원급여와 기타 장기급여를 합친 값은 7억원 안팎”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