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컨셉·지그재그 놓치고…예산 맞춰 '패키지딜' 나선 무신사
입력 21.05.25 07:00|수정 21.05.27 07:08
의지 컸던 W컨셉과 지그재그는 대기업 손에
스타일쉐어·29CM는 "무신사의 최선"이란 평
예산 맞춰 패키지딜...시장 기대감 엇갈리기도
  • 무신사는 최근 패션 커머스 29CM와 스타일쉐어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추진을 공식화하기까지 수차례 딜(Deal) 자체를 부정해왔던 무신사였기에 업계에선 갑작스런 거래 성사 배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무신사의 주소비층은 남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20대를 주로 타깃했던 만큼 객단가가 업계 평균 대비 다소 낮다는 특징이 있었다. 국내 패션테크 기업 중 매출 기준으로 확고한 1위지만 남성 중심 플랫폼이다 보니 여성 소비자까지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타깃이 상반되는 매물을 물색하는 데 주력해왔다.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욕을 보였던 곳은 신세계그룹 SSG닷컴(쓱닷컴)이 인수한 더블유컨셉(W컨셉)이다.

    W컨셉은 평균 객단가가 약 13만원 수준으로 업계 평균 대비 약 1.4배 높다. 구매력 높은 직장인 여성을 대상으로, 최근엔 중장년 여성 및 남성층으로 고객 기반을 넓히며 객단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전체 온라인 여성패션 시장 내에선 약 32%를 점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무신사가 W컨셉을 인수한다면 기존의 약점이 잘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 W컨셉을 보유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인수를 위한 개별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가격 견해차로 거래는 최종 무산됐다. 이후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 쓱닷컴 손에 넘어가게 됐다. 그후엔 지그재그로 눈을 돌렸다. 지그재그는 객단가가 2만~3만원 수준으로 다소 낮지만 여성 패션시장 내에선 가장 대중적인 업체로 통한다. 유력 인수후보로 협상을 이어왔지만 막판에 더 높은 값을 부른 카카오에 거래가 급성사됐다.

    협상이 수차례 중단된 배경엔 무신사의 부족한 현금여력이 거론된다. 지난해말 기준 무신사의 별도 현금성자산은 810억원이다. 재무 여력상 현금거래가 여의치 않다보니 지분스와프 등 보유주식을 활용할 수 있는 인수구조에 관심을 가져왔다. 업계 1위 사업자인 만큼 무신사에 인수되길 바라는 기업들이 많았지만 인수구조 상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무신사는 대부분의 거래에서 유력후보로 거론돼왔지만 매번 관심매물들을 대기업들에 빼앗겨 왔다. 패션 천하통일을 하고 싶었겠지만 뺏기고 나니 29CM와 스타일쉐어만 남았던 것이고, 여성 카테고리 강화 측면에서 무신사가 검토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라면서 "'시간이 없다'는 조급함이 있었던 만큼 최대한 예산에 맞춰 패키지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B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스타일쉐어와 29CM를 패키지딜로 인수하기보단 29CM만 단독 인수하는 안에 관심이 많았다. 29CM는 객단가 8만~9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만큼 W컨셉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매출도 지난해 전년대비 71% 상승,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하는 등 외형도 빠른 속도로 키워오고 있다.

    반면 스타일쉐어는 같은 기간 영업적자가 68% 늘었다. 매출 성장세도 타 업체들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이란 지적이 많다. 하지만 29CM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모기업 스타일쉐어와 양사 주요주주인 IMM인베스트먼트 측에선 패키지딜에 대한 의지가 컸다. '무신사 외엔 이렇다 할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 강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무신사는 29CM를 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판단, 협의를 거쳐 결국 패키지딜로 결론 내리게 됐다.

    이번 딜을 둔 업계의 평가는 "무신사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어"로 요약된다. 다만 당초 검토했던 W컨셉과 지그재그에 비해 경쟁력은 다소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29CM와 스타일쉐어의 월간 활성사용자(MAU)를 모두 합쳐도 지그재그의 60%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