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아픈 손가락’ 삼성중공업, '재무 개선'에도 차가운 시선
입력 21.05.31 07:00|수정 21.06.01 10:14
무상증자와 유상증자 연이어 실시...6월 임시 주총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평...재고자산 매각 등 자구책 있어야
  • 삼성중공업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회사의 실질적인 사업 수익성에 변화가 없다면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삼성중공업이 신용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의 지원 여부와 악성 재고자산 처리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동종 회사와 달리 강점인 드릴십에 문제가 발생한 데 따라 향후 실적에 큰 부담을 안고 있는 탓이다.

    오는 6월22일 삼성중공업은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5000원의 주식을 10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다. 무상감자 기준일은 7월26일, 유상증자는 수권주식수(정관상 발행가능 주식수) 확대가 결정되면 진행할 계획을 세워뒀다.

    삼성중공업이 이 같은 결정을 밝힌 5월4일 이후 주가는 예견된 대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7000원대에서 5000원대로 크게 내려앉아 여전히 58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통상 삼성중공업처럼 대기업이 무상감자를 결정하는 사례가 드문 데다 무상감자 자체가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인 경우가 많은 탓이다.

    무상감자는 통상 회사가 자본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자본금을 조정할 때 사용한다. 반대로 말하면 무상감자를 실시한다는 것은 회사가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의미다. 1분기 기준 삼성중공업 자본금은 3조1506억원으로 작년 말 3조7182억원에서 크게 하락한 상태다. 반면 결손금은 5040억원으로 부분자본잠식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연말 자본잠식이 예상되는 만큼 자본금을 줄이고 대신 이익잉여금을 늘려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라는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이 이전에도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쓴 적이 있는 만큼 종국에는 사업적인 펀더멘털 개선이 전제조건으로 꼽혀야 한다는 것이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무상감자 계획은 자본잠식 발생 가능성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있으나, 자본 구성(자본금 → 자본잉여금)만 변동될 뿐 자본총계의 변화는 없기에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라며 “유상증자 역시 2022년까지는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해당 효과가 상당 부분 희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삼성생명이나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희망적인 요인이다. 삼성중공업은 한 때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불렸지만 2015년부터 8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자 삼성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지난 2018년에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 계열사는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일제히 참여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2040억원, 삼성생명이 391억원, 삼성전기가 276억원 규모의 신주를 인수했다.

    삼성중공업의 드릴십 매각 여부 역시 향후 재무구조 개선에 열쇠가 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주요 조선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드릴십 재고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드릴십 수주물량의 계약이 급작스럽게 취소된 데 따라 앞으로 해당 자산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드릴십 재고는 유가의 점진적 회복 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장부가를 초과하는 예상가액 수준에서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추가 손실의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