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강판값 올려야하는데…'車 반도체' 수급난이 발목?
입력 21.05.31 07:00|수정 21.05.28 17:45
차강판 외 조선용 판재류·철근 가격 다 올라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난항 예상
  • 현대제철이 현대자동차·기아를 대상으로 자동차 강판 가격을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그룹 내 역학 관계로 인해 그동안 현대제철은 강판 가격 인상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판 가격 인상이 필요한 시점인데 이번엔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현대차·기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이 변수가 됐다.

    증권업계에선 현대제철이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1조원, 영업이익 1조원 중반대 정도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 영업이익은 200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현대제철은 지난 1분기에 매출 4조 9247억원, 영업이익 30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이는 글로벌 철강 시황 개선으로 판재류 제품 가격이 인상된 동시에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난 효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조선용 후판과 열연을 중심으로 판재류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데 건설시장 회복으로 철근 가격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 흐름도 기대감이 엿보인다. 지난해 6월29일 주당 2만원이었던 현대제철 주가는 올해 5월11월 6만3000원을 찍었고 현재 조정이 이뤄지면서 5만원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 수익성 개선의 마지막 퍼즐은 자동차 강판이다. 아무래도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에서 현대차·기아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강하게 구축돼 있다보니 계열사의 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나 현대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보니 가격 협상에서 현대제철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모양새가 자주 눈에 띈다.

    지난 4년간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에서 제품 가격 인상을 끌어내지 못했다. 2019년 철광석 가격이 톤당 120달러(약 14만원)까지 치솟았을 때도 가격 인상에 번번이 실패했다. 물량의 대부분을 소화하는 현대차·기아가 차강판 가격을 올려주지 않아 현대제철의 실적에 치명타로 작용했었다. 당시 현대제철의 차강판 마진은 톤당 9만원 축소되면서 연간 영업이익 4000억원을 깎아 먹는 수준이었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원료가 상승 등으로 현대차·기아와 끊임없이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라 제품가격을 인상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최근에도 철광석의 가격은 지난 5월14일 톤당 226달러(약 25만원)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철강가 인상으로 인한 차강판 가격 인상 요구는 절차 수순을 밟는 듯 싶었다.

    완성차 계열사의 생산 및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이번엔 그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이슈가 발생하며 인상 폭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현대차·기아 국내외 공장이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잇달아 가동 중단 상태에 처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아산공장도 반도체 부품 수급차질로 24~26일 가동을 중단했었다. 아산공장의 조업 중단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기아 미국 조지아공장 역시 반도체 부품 품귀로 27~28일 멈춰선다. 기아는 지난 17~18일에는 스토닉과 프라이드를 생산하는 광명 소하리 2공장을 멈춰 세웠다.

    원자재 가격이 이례적으로 치솟은 상황임에도 현대제철의 입장이 현대차·기아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워낙 높아져서 가격 인상의 명분은 충분해졌다"라며 "그러나 차량 반도체 수급 이슈로 생산차질이 불거져 얼마나 인상할지를 두고 제철소와 자동차의 입장은 상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완성차 생산차질 이슈도 있고 하반기에도 제품 가격을 인상할 기회가 한 차례 더 있기 때문에 당장 강판 가격 인상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