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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더 뚜렷해졌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화학·항공 등 그룹 주력 사업,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는 금융 부문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우여곡절이 많았던 3남 김동선 상무가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그동안 쌓아온 각각의 이력, 각 부문에 대한 집중도를 비쳐볼 때 당분간 현재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너지에서 글로벌 전략을 담당하던 김동선 상무는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보직을 이동했다. 더 플라자호텔, 한화리조트 등 호텔 및 콘도사업과 골프·식음료(F&B) 사업을 보유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김 상무는 프리미엄 사업부 내 프리미엄 레저 그룹장을 담당한다.
김 상무는 미국 다트머스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승마선수로 활약하다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했다. 그러나 2017년 초 불미스러운 사건의 중심에 서며 퇴사했고, 독일에서 종마·요식업 등 개인 사업을 펼치다 귀국했다.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에 잠시 몸을 담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한화에너지에 상무보로 입사,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로선 김 상무의 전공 분야인 ‘승마’를 비롯한 레저 부문에 집중할 전망이지만 회사 내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정착하지 못했던 김 상무와는 달리 장남과 차남은 상대적으로 차근차근 트랙 레코드를 쌓아나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정기인사에서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사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 자리에 올랐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우주산업 기술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해 팀장을 맡았다. ㈜한화·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최근 인수한 쎄트렉아이 등이 포함된 조직이다. 한화솔루션은 한화종합화학의 대주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테크윈과 한화파워시스템 등의 모회사로 김 사장은 화학과 방산· 항공 부문에 걸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핵심 인사로 자리 잡았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등을 아우르는 금융 부문은 사실상 김동원 전무가 중심에 있다. 지난해 11월 승진한 김 전무는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올해 초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전략부문장을 겸직하고 있다. 신사업과 미래 먹거리 부문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국내 최대 채용 플랫폼 업체 잡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했다. 김 전무는 한화생명에만 보직을 갖고 있으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각 계열사를 활용해 M&A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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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동관 사장이 화학·방산 부문, 김동원 전무가 금융 부문을 총괄하면서 김동선 상무의 행보에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경영 수업을 받았던 한화건설의 그룹 내 입지는 크지 않다. 잠시 몸 담았던 한화에너지는 3남이 공동으로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100% 자회사이다.
김동선 상무가 경영인으로서 보폭을 넓히고, 자신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장남과 차남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분야를 맡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김 상무의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경영 능력을 차치하더라도, 한화건설에 재직할 당시엔 계열사 핵심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경영에 대한 의지를 상당히 내비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3남 모두 경영에 대한 의지가 크기 때문에 현재 맡은 분야에서 이력들이 쌓이면 추후 계열분리에 대한 준비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화의 지분을 어떠한 방식으로 배분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한화는 현재 김승연 회장이 최대주주로 22.7%의 지분을 보유중이고, 장남인 김동관 사장이 3.8%, 김동원 전무·김동선 상무가 각각 1.7%씩 확보하고 있다.
경영권을 이양하는 시기는 예단하기 이르다.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14년, 수천억원 대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받았고 집행유예 종료시점인 2019년 2월부터 2년간 취업이 제한됐다.
경영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김 회장은 형이 확정한 이후 실제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으나 올해 초 취업 제한이 풀리자마자 다시 ㈜한화·한화솔루션·한화건설 미등기 임원으로 복귀했다. 사실 김 회장이 직함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3남이 각 계열사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김 회장의 복귀로 경영권 승계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연출됐다.
㈜한화의 지분 승계와 추후 3남의 계열 분리를 고려한다면 자금 마련이 중요하다. 3남의 자금 마련을 위한 열쇠는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자회사 한화에너지는 기업공개(IPO)를 추진중인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다. 한화종합화학 상장 작업, 사회적가치(ESG) 테마에 편승한 한화에너지의 성장이 가속화한다면 3남의 경영권 시계도 점차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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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27일 16:10 게재]
분야별 이력 쌓는 3남들…당분간 ‘유지’ 전망
경영권 못 놓은 김승연 회장, 승계 시기는 아직
㈜한화 지분 승계, 계열분리와 자금 마련이 숙제
경영권 못 놓은 김승연 회장, 승계 시기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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