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이미 포스트코로나?…하반기 보릿고개 마주할 대한항공
입력 21.06.08 07:00|수정 21.06.09 07:18
백신접종 기대감에 주가 한달 만에 27.4%↑
영업비용 대폭 줄인 ‘불황형 흑자’
국제선 재개에 항공업계 전반 화물운송 증가 전망
"대한항공, 하반기 물류실적 저하 예상"
  • 항공사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고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운항 재개 소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일 고공행진인 주가와 달리 대한항공의 보릿고개는 아직 남아있다. 4분기 연속 흑자를 받쳐준 화물실적이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어려워질 공산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대한항공 주가는 장중 최고가인 3만4300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3만3650원)으로 한달 만에 27.4% 올랐다. 영업 실적도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화물 실적이 받쳐준 덕에 1분기 영업이익은 101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 화물 매출액은 1조353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77.3%를 차지했다.

    2분기에도 견조한 글로벌 물동량과 항공운임 강세로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여객기 벨리 공급 부족, 국제 무역 회복세 전망, 해운 물류 적체수요 증가 등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항공화물 운임의 기준이 되는 홍콩 TAC 지수도 홍콩∼북미 노선이 지난 4월 kg당 8.48달러로 코로나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 문제는 대한항공의 흑자가 항공정비비, 인건비 등 판관비를 줄인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 대한항공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1조7498억원을 기록했다. 항공유 매입액, 정비부품 매입액 등을 각각 전년동기 대비 42%, 76%씩 줄이며 영업비용을 대폭 줄였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직원 50% 이상이 기본급만 받는 유급휴직에 들어갔다. 6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만료되면 인건비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임차만료 및 고정비 절감을 위해 4월과 5월에 1대씩 항공기 반납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신고한 항공기 반납계획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총 14대를 반납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가 대한항공의 보릿고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러 항공사에서 국제선 여객 노선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8일부터 인천~사이판 노선을 재개하기로 했고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은 인천~괌 노선 운항을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여객 재개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입장이다. 여객기 운항 횟수가 늘면 ‘밸리카고(여객기 하부 화물 칸)를 통한 화물 운송도 자연스럽게 증가해서다. 여객 재개로 부족했던 항공화물공급이 늘어나면서 화물운임이 내려가 대한항공의 화물실적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항공담당 연구원은 “일부 국가, 지역에 한해서만 국제선 운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여객부문 실적의 빠른 정상화가 어렵다”며 “화물부문 실적이 떨어진 만큼 여객 부문에서 돈을 벌기까지 시차가 발생할텐데 그 시점이 하반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항공담당 연구원도 “하반기부터 다른 항공사에서도 항공화물공급을 늘리게 되면 대한항공이 작년처럼 화물운임을 탄력적으로 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대한항공 입장에선 전년 동기 대비 2배 정도 오른 항공유를 화물운임에 반영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백신접종 지연, 백신 효력에 대한 의심 등의 영향으로 항공운송업의 부진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2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해 2024년 이후에 글로벌 여객수요가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증권사 항공담당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코로나 이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한 것을 반영한 주가“라며 “코로나 불확실성이 아직 큰 상황에 하반기부터 영업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