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경쟁 롯데 VS 신세계, 추가 가격협상 놓고 '신경전'
입력 21.06.09 07:02|수정 21.06.09 07:02
3조 중반~4조원 대 본입찰
12시 이후 제안서 접수…MBK 눈치보기? 신경전도
매각 측 골드만옥션 시작, 약 1주일 협상 전망
신세계 3조, 롯데 4조대 담보대출
MOU 없이 SPA 직행할 듯
  •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롯데와 신세계-네이버 컨소시엄 양측 모두 국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3조~4조원 규모의 인수 자금을 두둑히 마련했다. 이제 추가적인 베팅을 고려한 극도의 긴장감 넘치는 신경전과 눈치싸움이 남았다.

    지난 7일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오후12시까지 접수한 이베이 본입찰의향서 결과 양측은 모두 3조원 중반에서 4조원 내외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추가적인 가격협상이 예정돼 있다. 본입찰 당시 써낸 가격에 그치지 않고 골드만옥션이라고도 불리는 '경매호가식 입찰(Ascending Bid)'이 진행된다. 기간은 약 1주일. 한 후보가 가격을 더 높게 쓰면, 다른 후보가 더 높게 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최종 승자가 선정, 미국 본사에서 열릴 이사회에서 해당 내역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진다.

    매각 대상은 이베이코리아지만 매각주체는 이베이 본사인 글로벌 M&A의 특성상 양해각서(MOU) 대신 최종 인수후보 선정과 본계약(SPA) 체결이 곧바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SPA 이후부턴 인수기업이 과연 ‘4조원+@’의 재무부담을 어떻게 떨쳐 낼 것인가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본입찰 마감 이후에도 MBK파트너스 등 나머지 후보들이 참여할 기회를 열어주면서 잡음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월요일 12시 마감 시한이 지났음에도 MBK파트너스 등 후보들이 추가로 참여할 수 있게끔 하면서 매도자가 가격을 올리기 위해 룰을 어긴 것 아니냐는 반발도 있었다”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모두 잠재적 클라이언트인 MBK파트너스의 눈치를 보는 것이란 비판을 받을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구도가 마련되면 신세계와 롯데 모두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져 보면 이제 와서 신규후보가 진입한다고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2대 유통공룡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내지 않는다면 입찰 참여의 의미가 없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상대방의 제시 금액과 조건에 상당히 민감하게 촉각을 기울이며 벌이는 신경전이 엄청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이베이코리아의 이익 수준과 점유율을 감안할 때 양측 모두에게 부담되는 금액임에도 불구, 유통부문 라이벌의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롯데그룹은 롯데ON을 통해,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유통 사업 확장을 꾀하며 경쟁하는 상황인데, 국내 시장 점유율 10%가 넘는 이베이의 경영권을 상대방에게 넘겨 줄 경우 네이버와 쿠팡, 이베이(+인수기업)에 이은 하위 사업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이른바 신세계와 롯데 모두 ‘상대편에 빼앗겨선 안된다’는 위기감이 강하다.

    롯데그룹에선 이훈기 부사장(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장)이, 신세계그룹에선 신동우 이마트 전략기획본부장이 실무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은 각각 국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미리 인수대금의 상당 부분을 마련해 둔 것으로 파악됐다. 신세계그룹 약 3조원, 롯데그룹 4조원 규모다. 사실 이베이코리아의 캐시플로우와 자산 가치를 고려할 때 주식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일으키는 것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양 측 모두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인수대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인수 주체별 회사채 발행 등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인수금융 방식이 아닌 부동산 담보 대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실 신세계의 스타필드, 롯데그룹의 마트와 백화점 등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많기 때문에 자금조달보단, 실제로 얼마까지 베팅할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느 그룹이 인수하든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오더라도 인수대금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최종 승부는 그룹 '오너'들이 얼마만큼 가격을 지르느냐는 하나의 변수로 귀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