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청약 ‘막차’ 누가 탈까...주관사와 일반투자자간 ‘온도차’
입력 21.06.15 07:00|수정 21.06.17 07:42
20일부터 중복 청약 금지...막차 위해 투자자 분주
주관사들은 손사래...논란 키울 가능성 커
  • 오는 20일부터 공모주 중복청약 제도가 전면 금지된다. 이에 중복청약 ‘막차’를 타려는 일반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19일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에 한해 공모주 중복청약 제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관사들의 사정은 다르다. 중복청약 제도가 증권사로서는 실익이 없는 데다 오히려 논란의 여지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손사래를 친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금융 당국이 부작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성급하게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여러 곳의 증권사에서 공모주를 중복으로 청약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표면적으론 더욱 많은 투자자들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청약 폭주사태 등 부작용 때문이란 해석이 많다. 중복청약을 위해 증권사 지점에서는 밤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복청약 제도는 앞으로 사라지지만 아직 실제 시행까지는 시일이 좀 남아있다. 오는 19일까지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중복청약 제도 ‘막차’를 탈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모주 일정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

    대어급 가운데 중복청약 막차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종목은 크래프톤이다. 예상 시가총액이 약 20조원을 넘는 데다 장외 주식시장에서도 주식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5월 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만큼 늦어도 다음 주 심사승인이 날 예정이다. 통상 승인 직후 증권신고서가 제출되는 만큼 중복청약 제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신고서를 5월 말 제출한 진단키트 기업 SD바이오센서 역시 중복청약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회사는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회사로 공모금액은 공모가 상단기준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11일 기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았지만 금융위원회가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날짜를 기준으로 중복청약 제도를 적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효력 상실 등의 요인을 살펴본 결과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날짜를 기준으로 기존의 중복청약 제도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반투자자들이 갖는 중복청약 기대감과 주관사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 역시 중복청약을 통한 공모 흥행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무단에서는 손사래를 치는 사례가 많다. 더욱이 크래프톤과 같은 대어급 공모주는 이미 이전부터 입소문을 탔기 때문에 중복청약 제도가 없이도 흥행 가능성이 높다.

    일반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SK IET 공모 당시 대기업 계열 공모 중 중복청약에 해당하는  마지막 기회로 인식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우리사주 실권주 물량을 놓고 일반투자자들이 불만을 가지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까지 올라오자 결국 주관사단에서는 기관투자자 물량으로 잡아뒀던 실권주 물량을 부랴부랴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돌리기도 했다. 반면 논란으로 인한 번거로움에 대비, 증권사들이 중복청약 제도로 얻는 실익은 거의 없다는 것으 중론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작년 금융 당국이 균등분배 및 공모주 중복청약 제도 등을 시행할 당시 예견됐던 부작용들이 있었는데, 급하게 시행된 감이 없지 않다”라며 “사실 증권사 입장에서야 (중복청약 제도 하에서는) 단순히 계좌수만 늘어날 뿐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고 오히려 번거로운 절차들이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