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또 '따따상'…실체 없는 폭등에 골머리 앓는 증권사
입력 21.06.21 07:00|수정 21.06.22 10:02
삼성머스트5호 '따따상'에 다른 스팩株도 폭등
합병 대상 찾기 전인데…실체 없는 이상급등 평
주가 치솟아봐야 희석 우려로 경쟁력만 깎는데
가만히 있는 증권사만 투자자·당국 눈치 보는중
  • 스팩(SPAC) 주가가 이상 급등하며 증권사가 오히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합병 대상을 찾기 전인 스팩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일부 신규 상장 스팩은 '따따상(시초가 2배에 상장해 이틀 연속 상한가)'을 기록했다. 가만히 있던 증권사만 폭탄 돌리기에 대한 부담을 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장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 2000원의 3배가 넘는 6760원이다. 삼성증권의 다른 종목인 삼성스팩2호가 지난달 메타버스 관련 기업 엔피와 합병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영향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사실상 실체 없는 폭등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류상 회사다. 통상 공모가 2000원에 신주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은 후 3년 이내에 합병을 완료해야 한다. 직상장이 어려운 비상장 우량 기업과 중소형 증권사가 주로 활용하는 증시 입성 경로로 꼽힌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최근 이어지는 스팩 주가의 폭등이 달갑지 않다.

    증권사 기업공개(IPO) 당당 한 실무진은 "지난해 우선주 폭등과 다를 바 없는 것이 유통주식 수가 적어서 단기에 치고 빠지기 좋아 목표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스팩 주가는 합병 대상을 찾기 전까지 공모가인 2000원 근처에 머물러 있는 것이 낫다"라고 설명했다.

    상장 스팩 정관에는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후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이 유일한 사업목적"이라 적혀 있다. 존속 기간은 주금 납입일로부터 36개월까지다. 다시 말해 3년 이내에 합병 대상 법인을 확보하지 못하면 해산해야 한다. 기존 주주들에겐 최초 공모가액과 소정의 이자만이 주어진다.

    스팩 주가가 치솟을 경우 합병 대상을 찾기 어려워진다. 스팩 시가총액이 높아질수록 합병 대상 법인에 불리한 합병비율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우회상장을 노리는 기업 입장에선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스팩 주가는 2000원 중반대 안팎에 형성되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거래 이틀째인 삼성머스트스팩5호가 현재 주가를 유지할 경우 합병 대상 법인을 찾기 곤란해질 전망이다. 합병 계약을 체결하면 최근 1개월·1주일 거래량 가중산술평균 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해 최대 30%까지 할인율을 반영할 수 있다. 현재 주가를 유지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30%를 할인해도 합병 가액은 4732원이다. 공모가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물론 현재 치솟는 스팩 주가는 유지될 가능성이 낮다. 결국 추격 매수한 후발 투자자에 폭탄이 전가되는 부작용만 남는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초 기획 감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변동성은 지속되고 있다. 삼성머스트스팩5호가 따따상을 기록한 이날 SK5호스팩과 삼성스팩2호·하나머스트7호스팩·하이제5호스팩 등도 줄지어 폭등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당국과 투자자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라며 "일부 세력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 투자자가 항의 전화로 증권사에 피해를 호소해도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상 급등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결국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에 불과하단 평이다. 일부 커뮤니티와 리딩방 등을 중심으로 신규 상장하는 스팩의 주가 전망을 분석하는 게시물도 눈에 띈다. 합병 계약을 체결하기 전 스팩 주가는 실체가 없어 분석이 불가능하다. 주가가 치솟을수록 폐지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지난해 우선주 투기 때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