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안사서 다행이긴 한데…" 롯데그룹의 유통 '플랜B'는?
입력 21.06.21 07:00|수정 21.06.22 10:45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일찌감치 발 뺀 롯데쇼핑
'도약기회' 놓쳤단 평 있지만 "오히려 다행" 평도
여전한 이커머스 성장 숙제…롯데 플랜B에 의문
  • 롯데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 가운데 시장에선 '오히려 다행'이라는 평이 나온다. 롯데 측이 이베이 측의 희망 금액인 5조원 수준에 비하면 보수적인 인수 금액 산정에 나섰지만, 수 조원의 자금 부담이 생기면 ‘승자의 저주’가 불가피했을 거란 우려에서다. 다만 이커머스 파이 키우기 숙제는 여전한 상황이라 향후 롯데가 어떤 '이커머스 플랜B'를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본입찰에서 ‘롯데 대 신세계’ 2파전으로 좁혀진 이베이코리아 매각은 과연 누가 해당 규모의 재무 부담을 감내하고 인수할 지 관심이 모였다. 신세계 측이 2023년 SSG닷컴의 상장을 계획하고 있어 거래액 증액이 급한 가운데 롯데 측은 “무리해서 사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롯데가 진성 매수 의지는 없지만 ‘신세계를 의식해서’ 본입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 바 있다.

    롯데가 이베이를 포기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섞인 평도 나오지만 롯데쇼핑이 여전히 ‘부정적’ 등급 전망을 달고 있는 등 재무 정비가 필요한 상황에 맞는 선택이란 평가도 많다. 이베이 딜이 ‘적은 돈’이 아닌만큼, 단순 점유율 상승을 뒤로하고 과연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는 것이다.

    미국 이베이 본사에서 지금 타이밍에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하는 이유도 시장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수익성도 낮아지는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지난해 출범한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과 통합해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베이는 롯데가 가져가면 더 큰일이었을 것”이라며 “롯데가 중국 롯데마트도 그렇고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면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점을 호재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베이를 인수한다고 하면 다시 재무 부담 우려가 커질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베이 이후’의 롯데의 이커머스 행보다. 이베이 포기 이후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M&A를 비롯한 외부 협업 등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다가오는 국내 배달앱 2위인 요기요 본입찰에 롯데가 이름을 올릴지도 주목된다. 롯데는 지난달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베이를 포기하면서 요기요와의 시너지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매출액 3조8800억원, 영업이익 618억원을 기록하면서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5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을 고려해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망을 안겼다는 평이다.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실적 반등이 기대되고 있지만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한순간에 뒤쳐질 수 있단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롯데쇼핑의 통합 이커머스 채널인 롯데온은 아직 눈에 띄는 성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온의 GMV(합산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연간 7% 성장했고, 지난 1분기 연간 기준 4.3% 신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온라인쇼핑 시장은 각각 약 18%, 21% 성장했다. 다만 4월 GMV 성장률이 연간 기준 14% 기록한 것으로 추정돼 의미 있는 반등을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롯데의 이커머스 전략에 대해 시장에서 뚜렷하게 인지한 바가 없다”며 “작년보다는 올해가 좋겠지만 경제가 개선된다고 해서 오프라인 유통이 급성장할 가능성은 적고, 자체 채널인 롯데온 등 이커머스를 키우고 시너지를 내야하긴 하는데 쉽지 않으니 그룹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