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재 유치 나선 현대차…경쟁자는 '평균 연봉 1억' 네이버·카카오
입력 21.06.23 07:00|수정 21.06.22 18:00
역할 커진 현대모비스·현대오토에버
인재 확보 나섰지만 회의적 평가
인력 몸값 뛰는데 기존 '1억 이하'
파격 인사 등 승부수 필요한 시점
  • 인재 영입 경쟁에서도 산업 간 경계가 뒤섞이는 '빅 블러(Big Blur)'가 코앞에 닥쳤다. IT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채용 시장에서 어떤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핵심 역할을 수행할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그룹 계열사가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와의 인재 영입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평가가 적지 않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 본사를 찾아 개발 현황과 협업 프로젝트를 점검했다. 모셔널은 현재 아이오닉 5에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2025년까지 완전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지를 방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 모빌리티로 뱃머리를 틀며 국내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도 상반기 중 마무리가 됐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했고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오트론·현대엠앤소프트와 3사 합병을 완료했다. 양사는 향후 그룹의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통합의 첨병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양사가 반도체 칩 설계부터 소프트웨어(SW) 개발까지 독자적인 역량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필요한 인재상도 현재까지의 기계공학 기반 엔지니어와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현대오토에버와 현대모비스는 현재 반도체와 SW 등 부문에서 공개 채용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연말까지 500여명의 전문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르면 올해부터 본격화할 OTA(무선 업데이트)와 SW 판매 사업에 앞서 관련 인재 확보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 현대차그룹이 개발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선택지인가에 대해선 의문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원가 절감, 오토에버는 그룹의 용역 위주로 사업이 이뤄지다 보니 관련 인력들에게 인기 있는 직장으로 조명되지는 않는 편"이라며 "이들이 요구하는 높은 급여와 커리어 개발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으려면 기업 자체도 크게 변화해야 할 거란 목소리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ICT 인력 채용시장에서 미스매칭이 심화하는 가운데 급여가 해마다 높은 폭으로 치솟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에버의 평균 연봉은 1억원 이하다. 관련 인력의 선호도가 높은 IT 공룡들과 단순 비교할 경우 평균 임금은 물론 상승폭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 사업 구조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 요인이다. 완성차 업계의 보수적 성향을 감안하면 신사업 영역에서 신규 인력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몸값이 치솟는 개발직군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줄 경우 기존 인력의 반발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반복해서 인재 확보에 불리한 구조로 이어진다.

    증권사 한 자동차 연구원은 "모비스의 오트론 인수와 오토에버 3사 합병으로 그룹의 SW 역량이 증가해 인재 확보에 유리한 구조가 됐냐고 물어보면 아직까지 크게 할 말이 없는 실정"이라며 "인력 풀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레거시 영역의 반발을 딛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까지도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테슬라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폭스바겐과 GM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사업 영역은 물론 인력 구성도 내연기관 비중을 줄여나가며 신사업에선 적자를 감안하고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

    현대차가 인수합병(M&A)과 외부 업체와의 협업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취약점을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엔비디아·앱티브·아마존 등과 함께 자율주행 플랫폼에 필요한 밸류체인에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주행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운영체제(OS)와 아키텍처(차량 시스템 구성)를 직접 개발해야 할 거란 전망이다.

    테슬라처럼 소수의 천재를 영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란 의견도 나온다. 테슬라는 지난 2016년 애플의 핵심 반도체 설계자인 피터 배넌과 짐 켈러를 영입해 자율주행 칩을 설계했다. 인공지능(AI) 부문에선 딥러닝의 대모로 통하는 구글 출신의 안드레이 카파시가 수장을 맡고 있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 상당 부문이 이들에게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많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테슬라에 대해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젊고 유능한 기술자가 테슬라로 몰려드는 현상에 주목한다"라며 "현대차가 다방면에서 인재를 수혈하고 있듯이 그룹 계열사에 파격적인 인사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