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만 기다리라더니...금융지주 중간배당 '감감무소식'
입력 21.06.23 10:17|수정 21.06.23 16:09
중간배당 공식화한 곳은 하나금융 뿐
'주주가치 제고 약속' 허상되는 분위기
요동치는 금리에 주가는 널뛰기 반복
  • 주요 은행금융지주들의 '중간배당 의지'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6월엔 반드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며 열의를 불태우던 금융지주들이 '상황을 봐야 한다'며 일제히 말을 바꾼 것이다.

    여기에 금리까지 요동치며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는 상당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중 현재까지 반기 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결정한 곳은 하나금융지주 뿐이다. 일반적으로 배당 기준일 2주 전 명부 폐쇄를 결의하고 공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15일이 반기 배당을 할지 말지 주주들에게 알리는 마지노선이었다는 지적이다.

    타 금융지주들은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은 중간 배당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중간배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같은 상황은 투자자들 입장에선 지난 3월과는 다소 다른 전개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로 인한 금융불안을 우려해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했고, 이로 인해 연말 배당액이 적어지자 주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잇따라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위의 배당성향 제한 조치는 올해 6월말까지 유효하다. 이 때문에 주요 금융지주들은 '중간배당 가능성'을 강조했다. 지금 못한 배당은 중간배당 등 다른 형식으로 보전하겠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읽혔다.

    실제로 정기주총 당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정관에 중간배당은 이미 허용돼 있으며 최근 금융주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 등으로 분기 또는 반기별로 배당을 공급할 필요성이 커진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역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올해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6월초만 해도 연말 배당에 불만이 쌓인 주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중간배당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힘을 얻었던 것이 사실이다. 배당 제한 조치가 풀릴 경우 공격적인 배당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감이 주가에도 반영됐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연초 대비 평균 30%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실제로 중간배당 절차를 밟고 있는 건 원래 중간 배당을 해오던 하나금융지주 한 곳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정기주총 당시 중간배당에 대해 확정짓지 않고 '올해 이익 상황 등을 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겠다'라고 입장을 내놓긴 했다"면서도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이익 상황이 나쁘지 않아 중간배당에 다소 기대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간배당이 생각보다 빠르게 가시화하지 않은데다, 대외 변수에 따라 금리까지 요동치며 금융주는 최근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국채 금리는 최근 급격한 변동을 나타냈다. 최근 일주일 2.214%까지 올랐던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1일 1.939%까지 하락했다. 10년 미국 국채 금리는 15일 1.482%에서 1.586%까지 찍었고 현재 조정이 이뤄지면서 1.500%대에 머물고 있다. 장기채권 수익률의 하락은 거시적인 경지 성장에 대한 의문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단기채권 수익률의 상승은 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각각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다.

    장단기 금리 간 격차가 좁혀질 때 은행주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장·단기 금리 간 좁혀진 18일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2.5%, -2.6% 하락했다. 시티그룹 주가도 -1.8% 떨어졌다. 이러한 영향은 국내시장도 고스란히 넘겨졌다. 이날 4대 금융지주 주가도 전날 대비 -1%대 하락장이었다.

    최근 국내 은행주의 하락세에 대해서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채 격차가 축소되면서 최근 미국 은행주 주가가 내려갔다”라며 “그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물량을 대거 매도해 국내 은행주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