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DS·중흥·호반 3파전 양상…우발부채 평가 눈치싸움 치열
입력 21.06.25 07:00|수정 21.06.24 16:38
DS·중흥 2파전에 호반도 참여 가닥…한앤코·IMM은 발뺄 듯
매각가 1.8조~2조원 거론…업황 감안하면 가능하다 평가도
KDBI, 매각으로 완전 절연 원해…결국 우발 가격 반영이 핵심
  • 대우건설 인수전이 3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DS네트웍스와 중흥건설이 초기부터 인수 의지를 드러냈고, 호반건설도 인수전 참여 의사를 거의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예상 매각 대금은 2조원 내외로 거론되는데 인수후보들은 우발채무 규모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매각자는 매각과 동시에 우발채무 배상 부담을 절연하려 하고 있어 우발채무를 얼마나 가격에 반영하느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DB인베스트먼트와 매각주관사 BoA는 25일 대우건설 매각 입찰을 진행한다. 최대한 매각 일정을 서둘러 3분기 중엔 거래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DS네트웍스와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중흥건설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모두 일찌감치 자문단을 꾸리는 등 대우건설 인수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드러난 것 이상의 현금 동원력이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호반건설도 최근 입찰 참여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M&A 때 막판에 발을 빼며 낙인이 찍혔음에도 여전히 대우건설의 브랜드 가치에 관심이 높다. 매각자도 '유력한 후보'의 등판 가능성을 밝혀 왔었다. 호반건설 김양기 부사장은 대우건설 재무통 출신이다. 일찌감치 실사에 나선 DS네트웍스나 중흥건설보다도 대우건설 내부 사정에 밝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호반건설은 입찰 참여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호반건설 사정에 밝은 M&A 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데다 자체 시공능력이 10위권 수준을 오가며 다른 건설사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기조가 강했다”며 “최근엔 대우건설의 이름값을 높이 보고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앤컴퍼니는 대우건설 매각 초기에 삼일PwC 도움으로 실사를 진행하다가 발을 뺐다. 매각자의 높은 기대치, 촉박한 시간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IMM PE도 대우건설 인수전에 불참할 전망이다. 세아상역에 공동 인수를 제안했지만 세아상역이 과거 아쿠쉬네트 M&A처럼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요구하자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이름이 거론됐던 중국 대형 건설사, 아부다비투자청 등의 참여도 불투명하다.

    대우건설 매각 대상지분 50.75%의 현재 시장가격은 1조8000억원을 오가고 있다. 인수후보들에 따로 가격 하한선을 통지하지는 않았지만 2조원 수준을 바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샀던 금액엔 턱없이 모자라지만 KDB인베스트먼트의 성과엔 충분한 수준이다.

    KDB인베스트먼트 사정에 밝은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매각이 시작되기 전부터 중국 건설사와 일부 국내 후보들이 2조원을 쓸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던 터라 KDB인베스트먼트의 기대치도 그 수준으로 높아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대규모 자산을 안고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사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도 한다. 현대건설 0.89배, GS건설 0.81배, HDC현대산업개발 0.72배 등인데 대우건설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1.24배 수준을 오간다.

    대우건설의 1분기말 기준 수주잔고는 38조9685억원인데 국내가 30조5862억원, 해외가 8조3823억원이다. 국내는 이익률이 높은 주택건설 위주고, 해외는 플랜트가 주력이다. 주택건설 이익률이 10%라면 앞으로 거둬들일 이익이 3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수주 개선 및 미래 성장성을 지금 반영한다고 보면 무리한 주가는 아니란 평가도 나올 만하다. 인수후보들도 2조원이면 비싸다면서도 불가능하진 않다는 분위기다.

    다만 이는 돌발 변수가 없을 때 가능한 금액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매각으로 대우건설 관련 권리의무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길 원하고 있다. 우발부채 문제는 진술보증(W&I) 보험 등으로 인수자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은 지난번 매각 때도 인수후보가 호반건설 한 곳뿐이었지만 이런 요구를 관철시켰었다.

    W&I 보험은 보장 범위가 좁다. 실사를 해도 부실을 알기 어려운 해외 사업장은 빠지는 경우가 많고, 이미 알려진 사안들도 보험 계약에서 다루지 않는다. 인수후보로선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을 판단해 인수 금액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로는 가격을 얼마나 덜 깎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대우건설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피고로 계류중인 소송사건은 253건, 소송가액은 9872억원에 달한다. 대우건설은 구리포천고속도로(사업자 서울북부고속도로) 재무적출자자에 대해 풋옵션을 부여하고 있다. 재무적출자자는 산업은행의 자회사 케이디비인프라자산운용(KIAMCO)이다. 지금이야 대우건설이나 KIAMCO나 한 지붕 아래지만, 대우건설의 주인이 바뀌면 풋옵션 실행 가능성이 있다. 1분기말 기준 풋옵션 관련 평가금액은 1110억원이다.

    이 외에 송도아이비에스빌딩 관련 우발도 있다. 대우건설은 2025년까지 빌딩 책임임차 계약을 맺은 상황이라 공실이 나면 임차료를 메꿔줘야 한다. 매년 이에 따른 지출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부담은 해외 부실이다. 해외 사업장은 현지에서도 부실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전보다 원청 단계부터 들어가는 사업이 늘었고, 일부 사업은 충당금을 쌓아두고 있어 위험이 줄었다지만 언제 어디서 문제가 불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2018년 필리핀에서 수주한 할루어강 다목적 공사는 코로나 여파로 중단되는 등 돌발 변수도 많다. 지난 매각도 해외 부실이 원인이 돼 무산됐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 후 손해배상 등 문제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인수자가 알아서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을 살펴 금액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