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눈독들이는 대기업들…‘균주 문제’ 리스크 제거는 과제
입력 21.07.01 07:00|수정 21.07.02 11:12
국내 보톡스 및 필러 1위에 해외 사업도 확장세
신세계·GS 등 신사업 필요한 대기업 접촉 이어져
균주 출처 문제 현실화 가능성 따라 성과 갈릴 듯
“균주는 모든 기업 고민” “이미 정리된 문제” 평 엇갈려
  • 휴젤 매각이 가시화하며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휴젤은 2016년 이후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 자리에 올랐고, 해외 시장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성은 확인된 만큼 원매자들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매각 성적표가 갈릴 전망이다.

    29일 M&A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휴젤 잠재 원매자들은 베인캐피탈 측에 인수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 아직 매각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인수 수요가 확인된 만큼 1~2개월 안에 공식 매각 절차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BoA를 비롯해 김앤장, 롭스앤그레이 등이 매각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휴젤은 2001년 설립된 보툴리눔 톡신(제품명 보툴렉스) 업체다. 베인캐피탈은 2017년 9274억원을 들여 휴젤을 인수했다. 휴젤은 2016년 이후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2019년 이후엔 피부 미용에 쓰이는 HA필러(제품명 더채움) 역시 1위를 달리고 있다. 작년 처음으로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섰고, 2025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휴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 주력 산업의 성장성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의료·미용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려는 욕구가 많다는 평가다. M&A 자문사들도 잠재 원매자들을 찾아 다니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신세계가 일찌감치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신세계는 자체 브랜드 육성 및 해외 브랜드 인수를 통해 화장품 사업을 키우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까지 얹어지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신세계는 17일 휴젤 인수 관련하여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GS그룹도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휴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존 주력인 정유 업종의 성장성이 한계에 달하면서 미래 사업 후보군을 찾고 있다. GS그룹은 바이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LG그룹도 휴젤에 관심을 가질 만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LG생활건강은 2019년엔도 휴젤 인수설이 있었는데, 당시엔 부인한 바 있다. LG화학은 생명과학사업부문에서 미용 필러(제품명 이브아르), 백신 등을 만들고 있어 휴젤 인수 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이 떨어져 나간 만큼 새로운 동력이 필요할 것이란 평가다. 이 외에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제약 부문 강자들도 휴젤 인수에 관심을 가질만한 후보로 거론된다.

    중국 기업들도 휴젤에 관심이 높다. 중국은 한국 의료 기술을 다 따라잡았다는 인식이 강한데, 성형·미용 분야에선 아직 한국산 제품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은 국내 기업중 가장 먼저 중국 판매 허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은 거래 종결의 불확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향후 각종 인허가 절차에서 한국 당국의 승인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베인캐피탈도 중국 업체로의 매각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중국 업체들이 국내 자문사를 찾기도 했지만 최근엔 움직임이 뜸해졌다.

    매각자 측에선 잠재적인 수요는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베인캐피탈이 가진 휴젤 지분 시가는 1조3000억원가량인데, 매각 희망 가격은 2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경쟁이 심화하면 그보다 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휴젤의 주요 영업기반은 한국과 동남아시아였는데, 이는 전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10~20% 수준에 불과한 시장이다. 중국 시장을 합치면 30~40%, 앞으로 유럽과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면 세계 90%에 달하는 시장에서 활약하게 된다. 매출 성장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인수후보들이 ‘균주 출처 문제’가 얼마나 확실히 정리됐을까 고심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균주 출처를 놓고 2016년 이후 공방을 벌여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 측의 균주와 제조기술 도용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메디톡스와 파트너사 엘러간, 대웅제약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합의금 및 로열티 계약에 합의했고 이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가 각종 소송을 철회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국내 소송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국내 법원에서 균주 도용과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면 대웅제약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웅제약이 지면 다른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휴젤은 썩은 통조림캔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발견했다고 밝혀왔는데 실제로 그런 환경에서 균주를 찾아낼 확률은 높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균주 출처 문제는 국내 모든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가지고 있을 고민”이라며 “균주는 핵심 사업 기반이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면 보툴리눔 톡신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 균주 출처 문제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베인캐피탈이 휴젤을 인수할 때부터 메디톡스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견제 움직임은 없기 때문이다. 베인캐피탈은 본사 차원에서 균주 관련 문제에 대한 실사에 공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베인캐피탈이 휴젤 인수금융을 차환할 때도 균주 관련 리뷰가 있었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균주의 유사성이나 단순 경쟁사 직원의 이적만으론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미국 ITC도 대웅제약의 균주 도용 혐의는 인정했지만 균주 자체의 영업비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거론되는 국내 대기업들도 균주 출처 관련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으니 휴젤에 관심을 가지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