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깃발 꽂기'에 난처해진 프랜차이즈 사업자들
입력 21.07.04 07:00|수정 21.07.06 08:54
배달시장 급성장에 프랜차이즈 영업지역 구분 무의미
가맹점주들, 비용 부담은 늘고 ‘지역적 우선권’은 침해
가맹본부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에 나서기도 어려워
  •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배달 플랫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팬데믹 이후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개별 가맹점주들의 '영업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광고 비용이 부담스러운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에 영업 구역을 정리해주길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등 위반 소지가 있어 가맹본부도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피자·치킨 등 온라인 주문으로 배달되는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828억원으로 전년(9조7328억원) 대비 78.6% 성장했다. 팬데믹 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했고, 음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도 매장 판매보다 배달 비중을 높이며 매출을 유지했다. 국내 대표 배달앱 배달의민족 연간 거래액(GMV)은 2019년 약 9조원에서 작년 15조7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배달 경쟁이 치열해지며 개별 업주들의 광고비 부담은 증가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깃발 꽂기’라고 불리는 정액 광고비를 받는데, 깃발을 많이 꽂을수록 광고 노출 효과가 크다. 보다 많은 사람이 보게 하려면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 최근 매각이 진행 중인 요기요는 원하는 지역과 카테고리를 입찰시켜 최고 금액자에 노출 우선권을 주는 ‘우리동네 플러스’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깃발 꽂기는 개수나 지역의 제약이 없다. 여유가 있는 가맹업자는 거리가 먼 지역에도 깃발을 꽂아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예전엔 각 가맹 사업장이 인근 지역의 우선권을 가졌다. 지금은 배달 산업이 활성화해 웬만큼 거리가 멀어도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도 광고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사이에선 불만이 나온다. 동일 브랜드 편의점끼리 출점 간격을 띄우는 것처럼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지만 이제 ‘물리적 거리의 벽’은 상당히 낮아진 상황이다. 다른 브랜드야 어쩔 수 없다지만 자기 영역을 동일 브랜드에 침해당하니 뿔이 날 수밖에 없다. 본사나 지역 가맹본부에 각 점포 인근으로 영업지역을 제한해 달라는 가맹점주들의 요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본사나 지역 가맹본부로선 가맹점주들의 입장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뾰족한 수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을 설정해야 하고, 계약 갱신 시 부득이 영업지역을 변경하려면 가맹사업자와 합의해야 한다. 계약 기간 중 가맹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 동종 업종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하면 안된다.

    법으로 가맹업주의 ‘지역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프랜차이즈 본사나 가맹본부의 전횡으로부터 개별 가맹점주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크다. 개별 가맹업주들이 사업 범위를 넓히는 것까지 제재하긴 어렵다. 사실 점포들은 각각 떨어져 있고 배달만 확장하는 것이니 문제를 삼기 쉽지 않다.

    가맹본부 차원에서 ‘구획정리’에 나서면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기 비용을 더 들여 영업을 하려는 가맹사업자를 우월한 지위의 가맹본부가 억누르는 불공정행위로 비칠 소지가 있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배달앱이 커지면서 오프라인에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구역은 의미가 없어졌고, 가맹사업자들이 다른 지역까지 진출하는 사례는 많아졌다”며 “가맹본부들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가맹점주들의 요구를 많이 받지만 개별 점주들의 행동을 제약했다간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