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SK IET가 불 붙인 ECM 시장...'금감원'이 하반기 변수
입력 21.07.05 07:00|수정 21.07.03 12:06
한화시스템 1조1606억원 규모 유상증자
SK IET 2조2460억원 규모 공모액 최대
하반기 금감원 및 시장 전망 등은 변수
  •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주식발행시장(ECM) 호황이 이어졌다. 유상증자 분야에서는 한화시스템이, 공모주 시장에서는 SK IET 등 대규모 발행 건이 전체 규모를 끌어올렸다.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대어급 공모주들이 포진된 만큼 당분간 공모주 시장의 열기 역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제동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최근 아모센스, SD바이오센서 등에 이어 크래프톤 역시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았다. 공모가 및 기업 밸류에이션(Valuation) 산정을 둘러싼 자본시장 이해관계자들의 갑론을박 역시 이어지고 있다.

    29일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ECM 리그테이블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공모 발행규모는 15조259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2조7289억원보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상증자 발행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 9440억여원에서 올해 상반기 9조3110억여원으로 무려 10배나 늘었다. 기업공개(IPO) 발행 규모도 2조6483억원에서 5조617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증시 호황에 따라 주가가 치솟자 기업들이 잇따라 주식을 통한 자본 조달에 나선 결과다.

    IPO 중 가장 큰 건은 SK IET였다. 총 공모규모가 2조2460억원으로 공모 중 가장 큰 규모를 나타냈다. 미래에셋증권과 JP모건이 대표주관을 맡았고, 한국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가 공동 주관을 담당했다. SK증권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인수사만 총 7곳에 이르렀다.

    유상증자 역시 한화시스템 등 빅딜이 이어졌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약 1조160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을 맡았으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했다.

    7월에도 주식발행시장에서 대어급 공모가 이어질 전망이다.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이미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들의 상장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크래프톤은 총 기업가치를 약 30조원으로 추산해 공모규모만 5.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2010년 삼성생명의 공모금액인 4조888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빼놓을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규모가 약 2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카카오페이는 전체 기업가치만 약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하반기 대기하고 있는 대어급 공모 사례에도 불구, 금감원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는 점은 전체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공모가 산정을 두고 투자업계를 둘러싼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갑론을박 역시 이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SD바이오센서와 아모센스, 크래프톤 등은 모두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는 금감원의 요청을 받았다. 아모센스는 지난 4월 중 코스닥 상장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으로부터 무려 네 차례나 정정 요청을 받으면서 당초와 달리 1분기 실적을 감안해 신고서를 다시 작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SD바이오센서 역시 신고서 정정 과정을 거쳐 공모규모를 절반가량 줄였다. 크래프톤은 현재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고 있으며, 조만간 다시 금감원에 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일일이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원칙적으로 공모가 산정에 대해서는 금감원에서 개입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감원의 정정 사례들을 살펴보면, 주관사들이 스스로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 금감원에서 공모가 수치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의 논리적인 틀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행사의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주관사단이 선정한 동종회사들이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이를 다시 살펴보도록 요구할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자본시장의 이해관계자들 역시 공모가를 놓고 여러 의견이 펼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공모가격은 어디까지나 발행사와 주관사의 자율에 맡겨 시장의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투자은행(IB)업계에서 밸류에이션 선정 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어느 정도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을 불투명하게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많다. 이미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하반기 주식시장 ‘주의보’가 나오고 있다. 하반기 미국의 테이퍼링(채권매입축소) 가능성이 떠오르며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은 탓이다. 통상적으로 공모주를 포함한 발행시장은 유통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는다면 공모주 위주의 발행시장 역시 주춤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한) 경계 뿐만 아니라 거래대금을 축소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라며 “주식시장이 많이 올라와있는 것 역시 기대감이 반영되어서 오른 것일 뿐, 고점이라는 판단 아래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이미 6월부터 거래대금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래프톤이나 SK IET 등 개별 기업공개(IPO) 종목들을 살펴보기는 할 텐데 그보다는 주식시장 전체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감이 더 큰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