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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간산업을 지원하겠다고 정부가 마련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의 소진율은 현재 약 1.5% 수준이다. 정부는 기금의 지원 만료 기한을 당초 4월에서 오는 12월로 늘렸지만 연장 이후에도 기업들의 자금 지원요청은 전무한 상태다.
코로나 국면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재무적·사업적 안정성을 되찾아 다행스런 결과란 평가도 있으나 애초부터 빡빡한 자격과 높은 금리의 조건을 제시하며 기업들의 사정을 읽지 못한 정책 실패란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산업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기안기금의 기업에 대한 지원금액은 7월 현재 약 6200억원 수준이다. 구체적으론 아시아나항공 3000억원, 제주항공 약 330억원과 기타 협력업체 약 2800억원가량을 지원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신청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대표주자격인 제주항공이 2차 기안기금 요청을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예상되는 부족 자금을 파악해 기안기금을 요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지는데 제주항공에 대한 지원이 확정되더라도 기금의 소진율은 2%에도 채 못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5월 정부는 산업은행법과 산업은행법시행령을 개정해 40조원 규모로 기안기금을 조성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기안기금 출범식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기금운용심의위원 7명이 참석했다.
기간산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겠단 정부의 목표와는 달리 애초 까다로운 신청조건과 기준, 기금을 지원 받은 이후부터 기업들이 준수해야 하는 사항들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금 상황만 비쳐보면 이는 기금 출범식 당일 은성수 위원장의 “(기안기금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오히려 페널티라고 보면 된다"는 말이 공언(空言)이 아니었음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기안기금의 지원대상은 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철강·정유·항공제조·석유화학 업종 등이다. 이 가운데 코로나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 기금의 자금지원으로 일시적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이 해당한다.
지원 대상을 두고선 코로나 사태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과 코로나 이전부터 부실이 발생한 기업을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논란을 뒤로한 채 기안기금의 첫 지원대상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초 회계감사 이슈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해 경영권 매각을 시도한 아시아나항공이었다.
항공산업이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객 수요가 급감하며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항공사들이 속출했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한다면 업황이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분명하다. 항공산업과 관련한 대부분의 기업이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기안기금을 신청하지 못한 것은 ‘신청 요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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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기금의 신청 조건은 총 차입금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근로자수 300인 이상인 기업이 해당한다. 차임금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자산유동화 차입금, 리스부채, 상환우선주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정도 차입 규모를 보유한 항공사는 국내에서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제주항공·에어부산 정도가 유일하다. 해운업계에선 HMM 외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과연 기안기금을 받으면 기업이 정상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표도 끊임없이 달려있다. 이익배당과 자사주매입을 금지하는 등 주주들에게 고통을 분담하는 조항을 차치하고, 기안기금 지원 이후 6개월간 현재 인력의 90% 고용유지와 모회사·계열회사 등에 대한 지원을 막는 조항들은 기업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조항으로 평가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의 기안기금을 지원받은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논란이 일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매출액이 꺾여 경영이 어려운 기업들에 정부자금 일부를 일시적일시 빌려줄 테니 기존의 고용형태를 유지하라는 것은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도모한다기 보단 고용인력 유지에 방점이 찍힌 정책”이라며 “여객이나 일감이 줄어 유휴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업장에 꾸준히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안기금 지원 조건과 범위를 확대해야한다’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기업에서 (기안기금을) 쓰려면 고용 유지율 90%, 자구노력 등 조건을 어려워 다른 금융기관에서 융자 등을 통해 지원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지원요건으로 고용 90% 유지로 해고방지 조건을 제시했는데 완화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결국 기금이 출범할 당시부터 정부도 인지하고 있던 조건에 대한 논란은 2차례 만료 기한이 연장됐음에도 잦아들지 않았다.
사실 기업들은 해당 조건들을 감수하더라도 기안기금을 지원받으면 이자 부담에 시달려야 한다. 기안기금의 금리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안기금 이자율은 약 7%대로 알려져 있다. 과거 산업은행에서 지원한 영구전환사채의 이자율 약 7.2%과 유사하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할 당시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안기금은 지원금액의 최소 10%를 CB와 BW로 지원한다.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이익을 공유하겠단 목적이다. 물론 자금사정이 급박한 기업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겠지만, 저금리 시대에 이 같은 높은 금리와 함께 주식전환 권리까지 내어주어야 하는 탓에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이란 지적도 나왔다.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일부 업종은 코로나 사태의 반대급부로 업황이 되살아나는 효과도 누렸다. 해운업, 조선업종이 대표적이다. 해당 업종 기업들은 당분간 기안기금의 지원 없이도 자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일부 업황이 되살아나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없어졌다는 측면에선 보면 기안기금의 소진율이 높지않다는 점을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안기금을 대체하는 기존 금융제도가 잘 작동했다는 일각의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상황에선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2곳 외에 추가적인 지원을 요청할 기업은 많지 않아 보인다. 결국 정부가 실질적인 수요와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40조원가량의 기금을 조성하며 대대적인 홍보에만 열을 올린 보여주기식 정책이었단 비판을 감수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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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4일 07:00 게재]
40조 가운데 6000억원 집행
아시아나·제주항공이 유일
신청조건 해당기업 거의 없어
높은 금리에 고용유지 부담까지
LCC 외 추가 자금소요 없을 듯
기업 사정 반영 못한 수요예측 실패,
홍보에만 급급했던 보여주기 정책 비판도
아시아나·제주항공이 유일
신청조건 해당기업 거의 없어
높은 금리에 고용유지 부담까지
LCC 외 추가 자금소요 없을 듯
기업 사정 반영 못한 수요예측 실패,
홍보에만 급급했던 보여주기 정책 비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