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LG화학 교훈 십분 활용했지만…"분사는 악재" 편견은 여전
입력 21.07.07 07:00|수정 21.07.08 07:58
LG화학 교훈 삼아 공들여 준비한 '스토리데이'
형식·내용 차별화에도 주주는 반발…주가 '폭락'
처한 상황 동일…SK이노, LG화학 전철 밟을 전망
하반기 LG화학 주가 향방 따라 문턱 높아질 수도
  • 배터리 사업부 분사를 앞두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동일한 전철을 밟고 있다. 투자자를 대하는 방식과 내용 면에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시장은 물적분할을 여전히 악재로 받아들이는 탓이다. 향후 LG화학 주가 향방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전략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일 진행된 SK이노베이션의 스토리데이(Story Day)는 소통 방식 측면에서 지난해 LG화학의 분사 결정보다 평가가 후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일 때에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 기자단을 초청해 온·오프라인에 동시 중계했다. 인트로 영상까지 마련해 딱딱한 기업 설명회(IR)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례적이다.

  • LG화학의 전례를 교훈 삼아 준비한 '행사'라는 평이다. 소액주주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소통 방식에 공을 들인 것.

    지난해 9월 LG화학이 물적분할 계획을 공시하며 주가는 하루 만에 12% 폭락했다. 이후 배터리 분사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분사 발표 시점 LG화학의 시가총액은 약 50조원 수준. 1년 만에 16조원에서 40조원이 불어났는데, 대부분이 배터리 덕에 유입된 자금이었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당시 LG화학이 발표 이틀 만에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 식이라고 비난 목소리가 워낙 컸다"라며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기자와 애널리스트, 기관투자자 등 시장 관계자를 대거 초청해 공개 행사를 진행한 건 다분히 LG 사례를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들인 공이 무색하게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동일한 반발을 마주하고 있다.

    분사 계획 발표 직후 7% 이상 폭락한 주가는 장 막판까지 반등하지 못하고 전 거래일 대비 8.8% 하락 마감했다. 시가총액 약 2조4000억원이 증발했다. SK이노베이션이 분할 방식과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음에도 시장은 LG화학과 마찬가지로 물적분할 후 IPO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베팅하는 것이다.

    이는 양사가 처한 상황이 거의 동일한 탓이다.

    시장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빼면 각각 화학, 정유 기업에 불과하다고 바라본다. 글로벌 친환경 트렌드에도 부합하지 않고, 성장 전망도 배터리에 비해 밝지 않다. 그러나 각각 화학과 정유 사업을 배터리와 같은 바구니에 담아두자니 투자 확대에 따른 조달 전략이 마땅찮다. 따로 두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기업가치(EV)보다 손해 보는 구조라는 점까지 동일하다.

  • 인적분할을 택할 경우 지배 구조 정점에 있는 SK㈜와 ㈜LG가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구조도 똑같다. 물적분할을 통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나 직상장에 나서면 지주사의 증자 부담을 덜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올해 순차입금 상한선을 10조원으로 제시했고, 2025년까지 3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물적분할을 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을 향한 여러 OEM의 러브콜과 글로벌 시장 선점 기회를 고려하면 재무부담을 이유로 속도를 늦출 때는 아니라는 판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라며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모두에게 성장 재원이 유입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분사에 나설 때까지 SK이노베이션은 계속해서 LG화학의 전철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다.

    지난해 LG화학에 대한 분사 저지 국민청원은 이후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으로까지 이어졌다. 분사 발표 이후 한 달여 만에 주가는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3개월 만에 60% 이상 반등했다. 물적분할은 주주총회를 무난히 통과했지만 상장 시점이 다가오며 주가는 다시 지주사 할인 걱정에 짓눌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을 추진할 경우 거의 같은 수순일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반기 LG화학 주가 움직임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분사 추진을 위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LGES가 상장하며 어느 정도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지, 이후 LG화학 주가에 어느 정도 가치가 반영되는지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시장 여론도 출렁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분 희석과 지주 할인율을 감안하더라도 주가는 더 올라갈 거라는 시각이 더 많다"라며 "그러나 양사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가 여기에 동의할 수 있는지, SK이노베이션에도 적용이 가능한지는 확언하기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