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는데 상황은 오판…몸값 점점 낮아지는 요기요
입력 21.07.09 07:00|수정 21.07.12 10:02
몸값 2조원 거론됐지만 조단위도 쉽지 않다 평가
배달 인력·고객 충성도 등 경쟁사 대비 우위 의문
인수 후 전략 요구하기도…상황 오판했다 지적도
원매자 우위 구도…매각 시한 늘려도 가격 하락 불가피
  • 국내 2위 배달 플랫폼 요기요는 매각 초기 조단위 대형 거래로 꼽혔지만 이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분위기다. 경쟁 플랫폼에 비해 앞서는 면이 많지 않은데 탐탁잖은 조건을 내걸거나, 인수 후 경영계획을 제시하라고 하니 인수후보들의 호응을 얻기 어려웠다. 처음부터 매각 시한을 받아두고 시작한 거래다 보니 매각자는 원하는 가격을 고수하기 힘든 상황이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다음 주 중 요기요 매각 시한 연장을 공정위에 요청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요기요를 내달 2일까지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달의민족(배민) 인수를 승인했는데, 매각 절차가 늦어지며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요기요 매각이 늦어진 이유는 매각자가 기대했던 값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민 M&A와 요기요 매각 조건부 승인 발표가 있을 때만 해도 요기요의 몸값은 2조원대로 거론됐다. 요기요의 시장 점유율이 배민의 절반 정도니 몸값도 절반 수준은 받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간 후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배달 플랫폼은 결국 이용자 규모, 손을 잡은 업체, 배송 인력 등에 따라 가치가 갈릴 수밖에 없는데 요기요는 배민이나 쿠팡이츠와 비교해 뚜렷하게 내세울 점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배민은 1위 사업자로 제휴 업체가 많고, 쿠팡이츠도 단건 배달에 집중하며 유명 맛집들과 손을 많이 잡았지만 요기요는 상대적으로 프랜차이즈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단건 배달이 늘수록 전속 배송인력 외에 아르바이트 성격의 인력도 필요한데 이 역시 요기요보다는 배민, 쿠팡이츠 쪽의 준비가 잘 돼 있다. 배달 속도나 맛집 제휴 등에서 특출난 점이 없으면 고객을 붙잡기 쉽지 않다.

    요기요는 ‘슈퍼클럽’이라는 유료 멤버십이 있다는 점에서 경쟁자들과 차별화된다. 월 구독비 9900원을 내면 3000원씩 10번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요기요 입장에선 충성 고객을 늘릴 수단이기도 한데 문제는 가입자 증가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다는 점이다. 슈퍼클럽 가입자 수는 15만명 수준에서 정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H는 배민 M&A 발표 후엔 요기요에 힘을 많이 실을 이유가 없었다. 요기요가 경쟁자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려면 마케팅을 늘려야 하는데, 이는 결국 다 추가 비용이다.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사모펀드(PEF)들만 각축을 벌이는데 PEF가 추가 비용을 감수하기는 어렵다. 후보들 사이에선 인수가로 5000억원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인수 의지를 거의 접은 신세계그룹이나 다른 후보가 갑자기 등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현재 상황은 매각자가 원매자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는 쪽 눈치를 봐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파는 쪽에선 새로운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원매자들을 견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매각 시 운영 시스템을 배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거나, 회사의 가치를 어필해야 하는 매니지먼트 프리젠테이션(MP) 자리에서 오히려 원매자들에 인수 후 전략을 설명하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이 이러니 DH가 원매자를 골라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있다고 상황을 오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반드시 요기요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은 DH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는 공정위가 매각 시한을 늘려주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배달앱 3사 중 가장 입지가 불안정하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운 쪽은 요기요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력과 몸값을 지키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는 무조건 팔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원매자들은 기다리면서 값을 크게 깎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