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사린 롯데렌탈 IPO...보수적 가치산정ㆍ계열사 구주매출 자제
입력 21.07.14 07:00|수정 21.07.15 10:22
롯데리츠 상장 후 2년만...대기업 계열사 상장 속 경쟁 치열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공모와 맞물려
카셰어링 등 강조 않고 보수적 가치산정 '눈길'
  • 롯데그룹이 2년 만에 롯데렌탈을 앞세워 계열사 상장에 나선다. 현대중공업, 카카오 등 대기업 계열사의 잇따른 상장 행보 속 청약 흥행을 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상장 성공이 절실한 가운데 밸류에이션(Valuation)을 다소 보수적으로 산정했다는 평가다.

    롯데호텔과 부산롯데호텔 등 계열사 구주매출 역시 나중으로 미뤘다. 주주 구성이 복잡한 만큼 재무적 투자자(FI) 위주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우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2일 롯데렌탈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희망 공모가액 기준 예상 기업가치를 1조7218억원에서 2조1614억원으로 추산했다. 상각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로 산정한 평가 총액 2조8467억원에 할인율 약 24~39.5%를 적용한 수치다.

    비교회사는 AJ네트웍스, SK렌터카 등 국내 차량 렌탈회사로만 구성했다. EV/EBITDA 배수는 5배 남짓으로 계산됐다. 올해 1분기까지 롯데렌탈 EBITDA 1조1206억원에 평균 배수 5.46을 적용한 평가 총액(순부채 제외)은 2조8467억원으로 추산됐다. 롯데렌탈 적용주식수는 신주 721만1063주에 기존 2942만3000주를 합한 3663만4063주로 산정됐다.

    롯데렌탈은 줄곧 자회사인 그린카를 앞세워 카셰어링 회사 쏘카와 기업가치를 견줘왔다. 하지만 이번 롯데렌탈 가치 산정 과정에서 해당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린카에 대한 본격적인 기업가치 측정은 롯데렌탈 상장 이후로 미룬 셈이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 자체가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쏘카 역시 상장 전이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카셰어링 사업부문은 쏘카가 점유율 약 6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린카가 쏘카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지도 및 점유율 측면에서 격차가 크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린카 가치를 별도로 산정해 기업가치에 더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연결 기준 실적만 반영된 셈이 됐다"며 "그린카의 경쟁력을 충분히 육성하고 나면 별도로 상장 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주매출 비중도 논란이 될 여지를 줄였다. 호텔롯데나 부산롯데호텔 등 계열사는 제외하고 외부 출자자 지분만 구주매출 대상으로 포함했다. 국민연금이 출자한 그로쓰파트너와 롯데손해보험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 롯데손해보험은 2019년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바 있다.

    롯데렌탈은 롯데그룹이 2019년 롯데리츠 이후 2년 만에 나서는 계열사 상장 건이다. 상징성이 큰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무리한 욕심보다는 안정된 시장 안착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2017년 우량 계열사들을 상장시키고 지배구조를 개편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롯데정보통신을 제외하면 성과가 미진한 상태다. 롯데리츠는 기존 계열사라기보다는 부동산 유동화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롯데렌탈 상장은 2017년 롯데정보통신 이후 3년 만에 이뤄지는 계열사 상장이다.

    더욱이 올해 초부터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현대중공업,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기업 지배구조와 맞물린 계열사 상장 계획들이 줄을 이루고 있다. 유독 롯데 계열사들만 잠잠했던 가운데 롯데렌탈이 첫 스타트를 끊게 된 셈이다.

    다만 롯데렌탈이 넘어야할 과제는 여전하다. 대형 공모주나 굵직한 대기업 상장 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만큼 청약 과정에서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기관 및 일반투자자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시장에서 입소문을 탄 대어급 공모주들이 비슷한 시기에 청약을 진행한다. 크래프톤은 한 차례 정정 신고를 거친 뒤 8월 초에 청약 일정이 잡혀있다. 카카오뱅크와 HK이노엔은 7월 말, 카카오페이는 8월 초에 청약을 실시한다. 심사승인이 임박한 현대중공업과도 일정이 겹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5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롯데렌탈은 8월9일부터 10일까지가 청약 기간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은 상장 작업 초기부터 현재 증권신고서에 제시된 기업가치 수준으로 밸류에이션을 고려해왔었다”라며 “롯데로서는 롯데리츠 이후 2년 만에 계열사 상장 건인 만큼 구주매출 비중이나 기업가치 측정 과정에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