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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2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발표까지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지난 5월 비전펀드II의 투자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야놀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이후에도 합의 전까지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회사 주장대로면 2조원 짜리 투자가 불과 며칠 만에 뚝딱 이뤄진 셈이다. 발표 후에도 투자 밸류를 가리기에 급급했다.
물론 M&A나 투자 거래는 비밀 유지가 핵심이다. 비전펀드II가 워낙 수퍼갑이니 ‘계약 전까진 사실이 아니어야 했을 것’이란 우호론도 있다. 비상장사라 빡빡한 공시 부담은 없고, 여기에 조단위 투자금까지 걸렸으니 다소간의 거짓이 대수로울 일은 아니었을 수 있다. 어찌됐든 회사가 수개월간 작게는 투자자, 크게는 시장을 상대로 기망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야놀자는 ‘글로벌 1위 호스피탈리티 테크기업’으로서 포부를 드러냈다. 과거 맥킨지 출신 김종윤 대표, 넷마블 투자전략실장 출신 최찬석 CIO를 영입하는 등 성장 의지는 뚜렷하다. 앞으로 M&A나 투자 유치, 상장까지 시장과 소통할 일이 많을텐데 제대로 된 소통 시스템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음에도 이런 평판 위험이 ‘흙수저의 성공신화’에 조용히 가려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니콘 기업들의 ‘눈가리고 아웅’식 대처는 비단 야놀자 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돈이 걸리거나 알려지면 불편해질 사안에 대해선 모르쇠 혹은 부인으로 일관한다. 원년 멤버들의 눈밖에 난 임원을 내보내면서 ‘협력을 중시하는 우리 회사와 맞지 않아 퇴사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점잖은 편이다.
무신사는 몇 달 전부터 패션 커머스 29CM와 스타일쉐어 인수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거래 계약을 확정짓기 전까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고수했는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M&A 성사를 알렸다. 카카오에 지그재그, SSG닷컴에 W컨셉을 빼앗겼던 터라 29CM 인수에 목이 마를 상황이긴 했지만 시장에 거짓 입장까지 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무신사는 올해 남녀에 쿠폰을 차별해서 지급하거나, 입점 브랜드에 갑질을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조만호 대표가 퇴임하기도 했다.
마켓컬리는 최근 한국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객과 생산자, 상품 공급자 등과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본질은 ‘돈 문제’다. 쿠팡처럼 애초에 미국 상장 모델을 추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그에 컬리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과정에서부터 파이가 줄어든다. 컬리는 미국 상장 검토도 해외 투자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라는 펴왔다. 이런 저런 포장에도 결국은 가장 많은 돈을 조달할 곳은 한국 증시라는 판단을 내렸을 뿐이다.
스스로 밝히고 있는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요기요는 작년말 ‘요기요 익스프레스’ 중개 수수료를 인상했다. 이는 자사 홈페이지에도 똑같이 게재된 내용인데, 당시 회사는 '프로모션’ 기간이라 아직 적용되지 않아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을 요구했다. 수수료 인상 이미지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지만, 해외였다면 홈페이지에 알린 사실을 스스로 부정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일부 유니콘 기업은 투자나 M&A 관련 문의가 있을 때 NDA(Non-Discloser Agreement, 비밀유지약정)라는 단어 종종 사용한다. ‘NDA를 맺었으니 말을 할 수 없다’는 경우라면 이해가 되지만 ‘NDA를 맺어서 사실무근’이라는 답을 내는 곳도 있었다. NDA 체결은 곧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의미니, 사실무근과는 상충된다. 결국 유니콘 기업들이 아직 ‘사실을 밝힐 수 없는 것’과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한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질 여지도 있다.
유니콘들은 사세를 급격히 확장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아우를 관리·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는 미지수다. 컴플라이언스 등 관리 체계는 스타트업인데, 고리타분한 마인드는 대기업 못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외부 인재들을 영입해 시행 착오를 줄이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쿠팡은 법률자문, IT개발, 대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빨아 들였다. 작년 청와대와 김앤장을 거친 강한승 대표를 영입했고, 언론사와 대기업 출신의 홍보 임원들이 합류하기도 했다. 대외 행보는 썩 매끄럽지 않았다. 직원이 사망한 후 노동강도를 낮췄다고 하거나, 화재 사고 후 김범석 의장이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로 했다는 등 보도자료를 내며 소통 방식에 문제를 드러냈다. 상장 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유니콘에 있어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유니콘은 갑자기 늘어난 유동성의 힘에 밀려, 혹은 기존 투자자들의 ‘자가 발전’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이것만으로도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 하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유니콘의 시장을 대하는 인식도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이러니 증권사들도 예비 고객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유수의 유니콘들이 상생을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에 ‘거짓’이나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기업이라면 협력사나 하청 업체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는 불보듯 뻔하다.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시장과 정상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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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19일 17:08 게재]
투자나 M&A 시 부인하다 손바닥 뒤집기 다반사
급격히 성장했지만 내부 시스템 갖춰졌는지 의문
결국 ‘투자금'만 관심…대외 인식은 걸음마 수준
인력 영입해도 시행착오…시장과 소통 중요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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