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好실적에 중간배당도...코로나 재확산이 하반기 걸림돌
입력 21.07.23 07:00|수정 21.07.23 13:13
실적이 ‘일회성’이 아니라고 강조
유럽권에서는 금융기관 배당을 제한하려는 분위기
  • 금융지주사들의 최대 실적 갱신으로 중간배당이 기정사실화되면 주주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만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세로 인해 예상보다 중간배당 수준이 축소됐다는 평가다.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 배당 역시 올해 초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의 제지를 받을 가능성 역시 부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금융사의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유지하라는 자본관리 권고를 해제했다. 지주사 설립 이래 처음 중간배당을 하는 KB금융은 주당 750원, 하나금융은 주당 700원의 중간배당을 확정했다.

    우리금융도 금융당국의 권고로 2019년 27%였던 배당성향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지주사 모두 중간배당을 진행하려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했던 신한금융 역시 중간배당 실시가 유력하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일제히 중간배당 실시를 결의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752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22일 KB금융은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22.7% 증가한 1조2043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하나금융 역시 2분기 당기순이익이 9175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33.2% 증가하면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지주도 1조800억여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우리금융에 이어 KB금융과 하나금융도 반기·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 순익 개선효과와 비은행 계열사의 선전 덕분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은행이 예대금리차로 벌어들인 순이자이익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5조4011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179억원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자이익은 3조3226원으로 집계되면서 작년보다 3818억원 늘어났다.하나금융의 상반기 순이자이익도 작년 2조 8613억원보다 증가한 3조2540억원을 나타냈다.

    비은행 자회사들도 급성장하면서 수익원이 다각화하는 양상이다. 일례로 KB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1290억원에서 올해 374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하나금융투자는 상반기 2760억원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하는 성장성을 나타냈다.

    금융사들은 역대급 실적이 ‘일회성’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반기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순이자마진(NIM)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1일 실적발표회에서 우리금융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이익이 향후 1년간 약 175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간배당 윤곽은 잡혔지만 델타변이 확산 바이러스가 걸림돌이다. 하나금융은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델타 변이바이러스로 중간배당이 원래 하려던 것보다 줄어든 감이 있어 죄송한 느낌”이라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더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펼치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연말 배당도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부터 경제가 다시 위축되면 여신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배당에 제동을 걸 명분도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델타변이 확산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국채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138%까지 하락했었다. 금리 추세는 은행주 주가와 연동되어 왔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움직임이다.

    이미 유럽권에서는 금융기관 배당을 제한하는 조치가 다시 추진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감독위원인 마드가리타 델가도 스페인 중앙은행 부총재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과도한 주주보상을 제안하는 은행들에게 평균적인 분배정책으로 돌아가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