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가격탓 늘어지는 예심...현대重 상장 스케줄 꼬일라
입력 21.07.26 07:00|수정 21.07.27 10:51
거래소 승인 앞두고 상장 일정 지연
후판가격 인상 탓 추정...회계비용 반영 유력
  • ‘속전속결’로 진행되던 현대중공업 상장 일정이 다소 밀리고 있다. 후판가격 인상으로 인한 회계처리가 변수로 떠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 상장을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 현대오일뱅크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향후 그룹 내 주요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청구했다. 당초 7월 둘째 주 까진 승인이 날 전망이었지만 7월 하순에 접어드는 지금까지도 결과가 나지 않고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상장까지 최소 한 달~두 달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9월 이후로 상장이 미뤄질 수도 있다.

    최근 후판가격 인상에 따른 회계 반영 리스크가 부각되는 점이 부담이라는 평가가 많다. 상장 일정이 미뤄지는 배경 요인으로 후판가격 인상이 꼽히는 이유다. 하반기 후판 구매가격은 상반기 기준 톤당 75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상반기에 이미 약 10만원 인상됐는데 이보다도 40%가까이 더 상승한다. 선박 제조원가 중 후판 비중을 약 20%로 잡는다면 전체 원가가 약 8% 증가하는 셈이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할 가능성이 유력했다. 최근 중공업 주가 추이는 상승세로 반기를 기준으로 잡을 경우 회사 몸값이 조금이라도 높아질 수 있어서다. 2분기 회계처리에 변수가 생긴다면 현대중공업 증권신고서 역시 포함되는 내용이 바뀔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해당 리스크를 2분기 회계처리에 미리 반영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상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향후 발생할 여지가 있는 충당금은 회계처리에 선반영하는 사례가 많다. 감독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라면 승인 이후에 벌어질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발행사들이 한국거래소에 승인을 받기 위해 회계 지표상 조금의 리스크라도 없애려고 하는 편”이라며 “선제적인 충당금 반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안정적인 상장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기업 상장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1분기에도 후판가격 인상을 충당금으로 미리 반영했다”라며 “2분기에도 4000억원을 웃도는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고 해당 결과를 토대로 선주와 가격 협상을 새로 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주관사를 선정한 뒤 약 4개월 만에 한국거래소에 예비 승인심사를 청구하는 등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내왔다. 중공업 호황이라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토대로 하반기 LG에너지솔루션 등 ‘빅딜’ 이전에 빠르게 상장을 마무리할 심산으로 풀이됐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 상장을 시작으로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 및 한국조선해양과 기업결합 마무리 등은 그룹 차원에서 ‘오래된 숙제’로 꼽혀왔다. 올해 말까지는 해당 작업들을 순차적으로 끝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속전속결로 추진됐던 현대중공업 상장 일정이 현재 다소 늦어지고 있는 상태는 맞다”라며 “증권신고서 제출 일정이나 인수단 후보 논의 등 추가적인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