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벤처펀드 시장에 '큰 손'으로 떠오른 고액 자산가들
입력 21.07.30 11:09|수정 21.07.26 17:14
벤처펀드 LP 구성 변모...개인 비중 더욱↑
최근엔 개인출자자 비중 최소 10% 넘기기도
펀드결성액 채우기 어려워지며 추가출자 수요
개인 늘면서 프로젝트 위주 출자경향 두드러져
  • 새로 결성되는 벤처펀드에 개인투자자들이 주요 출자자로 나서고 있다. 펀드 결성액을 채우기 쉽지 않아지면서 개인 자산가들에 출자 제안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개인들도 기존 전통 투자자산 못지않은 수익률과 세제 혜택 등으로 벤처투자를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개인 출자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펀드 위주로 결성되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말 기준, 엔젤투자자(개인)를 포함해 개인투자조합의 운용 결성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대기업과 금융권이 여전히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지만 과거에 비해 개인 출자자들이 크게 늘면서 벤처펀드 유한책임투자자(LP) 구성 비중도 변화하는 모습이다.

    벤처캐피탈(VC) 업체 관계자는 "새로 결성되는 펀드 LP 목록을 보면 옛날과 좀 다르다. 펀드에 출자하려는 개인 자산가들이 늘면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개인의 출자비중이 전체의 10%를 넘기는 펀드들도 속속 결성된다"면서 "자연스럽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목소리도 커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펀드 결성액을 계획만큼 채우기 쉽지 않아지면서 개인 자산가들에 출자 제안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통상 벤처펀드 결성은 모태펀드 등 정부 출자금을 바탕으로 펀드 운용사가 민간 자금을 추가 모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주요 출자자들이 모태펀드로 출자 의사를 밝히면서 추가 출자 수요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고액 자산가들이 이들 벤처펀드의 자금 숨통을 틔워주는 주요 출자자로 입지가 부상했다.

    고액 자산가들도 비상장 스타트업 수익률이 높다보니 주된 대체투자 수단으로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과 상장주식, 하이일드 채권 등 기존 전통 투자자산 수익률 못지 않게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벤처펀드를 통한 비상장 스타트업 간접 투자로도 눈을 돌리게 됐다.

    벤처투자촉진법의 시행으로 엔젤 투자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혜택가 확대됐다는 점도 언급된다. 투자금액 3000만원까지 100% 소득공제는 물론 배당·양도차익에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투자수익에 대한 양도차익도 비과세된다.

    출자를 희망하는 개인 투자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펀드 위주로 결성되는 움직임이 커졌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아무래도 쓰임이 명확한 자금을 선호한다. 3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 같은 블라인드펀드에는 출자를 다소 꺼리는 경향이 있고, 대신 1~2년 내로 자금이 해소될 수 있는 프로젝트 펀드로 출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트랙레코드를 쌓아야 하는 신생 VC업체 내에선 이 같은 움직임이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가 있다. 지난해 설립된 한 신생 VC의 대표는 "출자자로 기관투자자가 많을 경우엔 공시 자료를 통해 출자 성향을 간접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었지만 점차 개인 출자자가 늘면서 이런 루트로 콜드 콜(cold call) 보내기 쉽지 않아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