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홀로', 삼성은 '외부'...TDF 운용전략 다른 까닭은
입력 21.07.30 11:09|수정 21.07.30 10:28
국내 TDF 펀드 설정액 5조6000억…1년 만에 82%↑
‘캐피탈 협력사’ 삼성운용 “글로벌 분산투자, 해외 운용사와 협력이 효과적”
독자운용 나서는 운용사 “운용보수 등 수익률 제고를 위한 선택”
  • 국내 TDF 펀드 설정액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경영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해외 운용사와 위탁 혹은 자문계약을 통해 TDF 펀드를 출시한 운용사들이 속속들이 홀로서기에 나서는 한편, 일부 운용사는 해외 운용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운용사의 핵심 미래 먹거리인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운용사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근 TDF 시장은 주식시장의 활황과 퇴직연금에 대한 높은 관심도에 힘입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2일 기준 국내 TDF 설정액은 5조6613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6조9190억원에 달했다. TDF 펀드 설정액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TDF 펀드는 최근 지난해 8월 설정액이 3조1000억원이었는데, 1년새 82%나 증가한 것이다.

  • 그동안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외국계 운용사에 위탁 혹은 자문계약을 맺으며 TDF펀드를 운용해왔다. 국내에선 TDF에 대한 경험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해외운용사의 자산배분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국내 출시된 TDF펀드는 모두 글로벌 자산배분형펀드로 전 세계 자산을 투자대상으로 삼는 재간접형태를 띠고 있다.

    캐피탈 그룹과 TDF 펀드 협력사인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TDF펀드의 핵심은 글로벌 분산투자를 통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국내 운용사 시장 규모로는 전세계 자산을 리서치하고 대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세계 투자 종목이 500종목이라면 최소 10~20배수의 자산을 리서치해야 하는데, 국내 운용사 한 곳이 2~3만 종목을 리서치하는 것은 인력이나 비용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해외 자산운용사의 경우 국내보다 운용규모부터 2000배 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리서치 등 투자비용도 비슷하게 차이난다고 보면 된다”며 해외 운용사와 협력이 해외 분산투자를 할 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메리츠자산운용 등은 TDF 펀드를 처음 출시할 때부터 독자 운용을 해왔다. 한국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높은 교육열과 군대 문제 등으로 취업시기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늦지만 퇴직시기는 빨라 연금 납입기간이 미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 가입자 대부분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고용기간에 맞게 글로벌 자산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생각했다”며 “독자운용을 하면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보다 유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키움이나 KB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해외 운용사와의 협력관계를 끝내고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키움자산운용은 미국 자산운용사 SSGA와 자문계약이 종료됐다. 뒤이어 KB자산운용도 뱅가드의 아시아 시장 철수로 연내 자문계약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독자운용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BNP파리바그룹과 합작을 정리한 신한자산운용도 TDF 펀드를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정비한 상황으로 알려져 유력 독자운용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홀로서기 선언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TDF 시장에서 해외 자문수수료 등을 없애 수익률과 경쟁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TDF는 목돈을 장기투자하는 만큼 낮은 수수료의 상품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작은 수수료의 차이도 복리 효과에 따라 장기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현재 각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프라인 TDF 펀드 클래스 기준 미래에셋(0.72~1.13%), 삼성(0.66~1.09%), KB(0.445~1.325%), 한투신탁(0.478~1.358%) 수준으로 형성돼있다.

    높아지는 연금투자에 대한 관심도와 퇴직연금의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어 TDF 시장을 선점하려는 운용사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독자운용을 하지않는 운용사는 패시브 형태의 TDF 상품을 내놓으면서 저비용 전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독자운용하는 패시브 형태의 ‘삼성ETFTDF’ 시리즈를 출시했다. 모든 시리즈의 운용수수료는 0.09%로 책정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TDF 시장이 성장하는만큼 자산운용사들의 다양한 운용전략이 펼쳐지고 있다”며 “투자자로서는 선택지가 다양해졌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