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매각으로 다시금 도마위에 오른 경영권 프리미엄
입력 21.08.02 07:00
한샘 주가 대비 두배 높은 인수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논쟁 불붙여
소액주주는 제외 된다는 점에서 문제제기 이어질 듯
해외에는 의무공개매수 조항 때문에 관련 논란 크지 않아
  • 한샘 매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다른 국가 대비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과 함께 국내만의 특수한 사정이 있다는 의견이 갈린다. 그 이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은 매각 과정에서 아무런 혜택 없이 배제된다는 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앞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샘은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 외 특수관계인 7인이 보유하고 잇는 주식을 IMM PE에 양도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조창걸 명예회장(15.45%)와 딸들, 한샘드뷰연구재단(5.52%) 등이 보유한 주식이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1조50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매각 지분율과 예상 매각가를 감안하면 주당 거래 가격은 23만원 안팎이다. 공시 당일 기준으로 약 60%, 전일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비단 이번 거래뿐만 아니라 오너의 경영권 지분 매각이 줄 이으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며 “사모펀드들이 M&A 시장의 주축이 되면서 안정적으로 이익이 나는 회사의 경영권 지분의 가치가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어느 국가에서나 인정받는 가치이지만 유독 국내에서 특히 높게 형성될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와 달리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M&A 과정에서 오직 최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린다는 점이 특수하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소수주주 보호(김석봉, 2015) 논문에선 한국, 미국, 독일, 싱가포르의 M&A를 통해 각 국가별 경영권 프리미엄을 분석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50% 지분 거래에 해당하는 사례가 전체 표본의 48% 정도를 차지했다. 미국은 2.4%, 독일은 14.7%, 싱가포르는 19.24%로 대부분의 거래가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거래였다.

  • 각 국가별 경영권 프리미엄을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20%~50% 지분 인수 시 주당 인수가격 대비 한달 전, 일주일 전, 하루 전 주가와 차이는 각각 74%, 62%, 54%에 달했다. 반면 50% 이상의 경영권 지분을 취득할 경우에는 한달 전, 일주일 전, 하루 전 주가와의 차이는 41%, 34%, 28% 였다. 이처럼 20%~50%의 지분을 취득할 경우 더욱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50% 지분 인수 거래는 거의 없었고 (2.4%), 50% 이상의 지분 인수 시에는 주당 인수 가격 대비 한달 전, 일주일 전, 하루 전 주가와의 차이는 각각 40%, 37%, 35%였다. 이는 독일, 싱가포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한국은 경영권 거래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즉 작은 지분만으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너의 지분에 타 국가 대비 월등히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선 이사회의 충실의무에 따라 이사회가 분쟁을 피하기 위해 소수지분을 매각대상에 포함하는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지분 50% 이하의 경영권 거래가 사실상 거의 없다. 공개매수제도가 있는 독일, 싱가포르는 해당 제도에 따라 소액주주의 지분 공개 매수가 이뤄짐에 따라 대부분이 지분 50% 이상이 거래된다. 즉 한국의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은 20%~50% 수준의 오너 지분만으로도 경영권 확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전에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지 않았지만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활발해지고, 행동주의 펀드들이 나타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샘, 남양유업 사례에서 보듯 M&A가 발생하면 주가가 요동친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과거에는 지분이 분산된 상장회사임에도 회사를 대주주의 소유물 정도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개인들도 주주로서의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는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특수한 국내 자본시장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초기 해당 문제가 청와대 청원에 까지 오르기도 했으며, 최근 ESG 투자 트렌드와 더불어 한국의 M&A 제도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 관계자는 “1세대 오너 경영자들의 경영권 매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개인 투자자와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한 곳에서 오너만 수혜를 보는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