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큰 그림 '힌트'만 던져준 롯데렌탈...'플랫폼 포비아' 걱정?
입력 21.08.03 07:00
자율주행·전기차 등 미래사업 키워드 제시
플랫폼 성장전략 최대한 배제
밸류에이션 향한 외부 시선 의식한 것으로 추정
  • 롯데렌탈이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을 앞두고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을 키워드로 미래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 및 자율주행회사 포티투닷과 협업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다만 해당 분야에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히지는 않았다. 유독 플랫폼 밸류에이션을 향한 까다로운 심사 기준을 의식한 탓으로 추정된다. 앞서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등 플랫폼 성장 가능성을 앞세운 사례들과 대비된다. 

    2일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모빌리티 플랫폼과 관련 기술, 빅데이터 등 총 세 가지의 성장전략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전기차 전용 카셰어링 플랫폼을 토대로 모빌리티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롯데렌탈의 향후 사업 청사진을 가늠해볼 수 있다. 롯데렌탈이 내세운 미래 사업방향은 ‘자율주행’과 ‘전기차’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자율주행 사업은 전기차가 필수 요소다. 내부 구조가 복잡한 내연기관차는 자율주행의 채널로 적합하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롯데렌탈의 카셰어링 자회사 그린카 역시 당장 차량 대수를 늘리기보다는 전기차 위주로 충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다만 40분 남짓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성장전략을 공유한 시간은 15분 남짓에 그쳤다. 이마저도 그동안의 시장 성장과정을 담은 수치들이 포함되었을 뿐 미래 시장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제외됐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위한 플랫폼을 설명하는 재료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자율주행 기술기업 포티투닷과 맺은 업무협력 정도였다.

    플랫폼의 성장성을 강조하는 수식어도 최대한 배제됐다. 앞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내세운 글로벌 게임회사 크래프톤과 상당히 대비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을 맞은 카카오페이나 공모가 논란을 겪은 카카오뱅크 등이 잇따라 ‘플랫폼’을 강조하면서 논란에 휩싸인 분위기를 의식한 탓으로 추정된다. 

    해당 분위기는 앞서 롯데렌탈이 제시한 기업가치(Valuation)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카셰어링 자회사인 그린카의 기업가치를 따로 산정하지 않고 전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으로 포함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그린카와 같은 카셰어링 회사들의 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공모가 산정 시 논란이 될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롯데렌탈이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적극적으로 향후 비전을 공유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상장을 앞둔 기업이 상장 후에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거래소나 금융 당국이 구주 매출 비중을 엄격히 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모자금이 행여나 최대 주주의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쓰이지 않고 계속해서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용도로 쓰이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크래프톤부터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등의 사례를 보면 금융 당국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보니 플랫폼에 대한 강조도 적극적으로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전반적인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공모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