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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하며 지주회사로서의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부 분할·상장 및 지분 매각을 통해 조달한 재원으로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배터리 분사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4일 2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배터리·E&P 사업 물적분할 및 이후 존속법인의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분사 계획은 지난 7월 1일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밝힌 ESG 공약과 20일 산하 ESG 위원회에서 발표한 '넷제로 특별 보고서'의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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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지주회사 역할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건 전 사업부 탄소 배출량 관리에 유리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50년 이전에 탄소 순배출량을 100% 감축해야 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 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둘러싸고 전방위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블랙록과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등 500개 이상 기관투자자가 가입한 '클라이밋 액션(Climate Action) 100+'은 SK이노베이션에 같은 내용의 주주서한을 보낸 바 있다. 해당 서한에는 SK이노베이션이 밸류체인 전반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scope 3)을 공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국내에서 직·간접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 중 한 곳이다. scope 3 수준 배출량 감소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선 자회사는 물론 협력사 차원의 감축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사업부 분할·상장 및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친환경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는 방식의 전략을 마련한 셈이다.
배터리 사업부가 분할 후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100% 보유한 자회사는 정유·석유화학 사업만 남게 된다. 자회사를 통해 조달한 자금 등은 다시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폐플라스틱 재활용 및 폐배터리 재활용(BMR) 등에 투입해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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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SK이노베이션을 바라보는 투자자 시각은 여전히 국내 배터리 3사 중 한곳에 머물러 있다.
4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계획 공시 영향으로 개장 직후 전 거래일 대비 7.9% 폭락했다. 분사 추진 일정이 시장 예상보다 빨랐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스토리 데이에서 처음 분사 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주가는 17%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사업과 미래 전략보다는 배터리 부문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SK이노베이션 측도 이를 염려하고 있지만 준비 중인 신사업이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대체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이날 설명회에선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주주는 무슨 가치를 보고 존속법인에 투자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제기됐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기업 가치 제고에 주력해 투자자들이 존속법인에 투자할 이유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겠다고 답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제시한 큰 그림이 글로벌 연기금이나 대형 기관 등이 요구한 방향성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소액주주 등 국내 투자자에게는 불만을 사고 있다"라며 "실제로 준비 중인 친환경 사업들이 어느 정도 수익성을 나타낼지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결국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당분간 배터리 분할 및 IPO 계획에 따라 오락가락할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지난 스토리 데이에서와 마찬가지로 "IPO 등 에쿼티를 통한 조달을 위해선 손익 성과 가시화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시점에 필요한 재원 규모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현시점에선 시기, 방식 등 말씀드릴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라고 밝혔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여전히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요 궁금증은 배터리 사업부 상장 시 밸류에이션과 지주사 할인율"이라며 "중장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선제적 조치가 좋은 평가를 받을지 몰라도 당장은 배터리 분사 우려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E&P 물적분할 추진…SK이노 '지주' 역할
7월 '스토리 데이', '넷제로 보고서' 후속 조치
지주 'SK이노'가 밸류체인 전체 탄소배출 관리
투자자 여전히 '배터리 기업 중 하나' 시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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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8월 04일 16: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