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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밸류 논란이 일었던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 직후 시가총액이 42조원까지 올랐다. 은행이 아닌 '금융 플랫폼'임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만큼, 플랫폼사임을 강조해온 카카오페이도 고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공모가 하향 조정을 두고 장고에 들어간 카카오페이가 카카오뱅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반영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는 분석이다.
9일 카카오뱅크는 주당 7만8500원, 시가총액 37조3000억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주가가 9만원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시가총액 37조원은 KB금융그룹(22조원)과 하나금융그룹(13조원)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도 크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상승세에 증권가에선 대체로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물론 9일 장 막바지에 주가가 빠지긴 했지만 상장 후 2영업일 동안, 카카오뱅크는 연속 30%에 육박하는 주가 상승률을 보여줬다. 이에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의 상승세다", "점점 시장을 예상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평을 내놨다.
뒤이어 주목받는 건 카카오페이다. 카카오뱅크를 '플랫폼사'로 인정한 시장 분위기 덕택이다. 카카오페이도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플랫폼'을 내세워 희망 공모가 산정식을 설명했었다. 기업가치 산출을 위해 '성장률 조정 EV/Sales'(Growth-adjusted EV/Sales)라는 투자지표를 적용하면서 "플랫폼 고도화에 따른 금융서비스 확대 등 높은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금감원의 정정 요청에 따라 공모가를 조정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2분기 검토보고서가 나오고 나서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상승세만 보면, 카카오페이의 공모가 조정이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 '카카오 계열사' 등 두 가지 요소만으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오르고 있어서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카카오 계열사들의 상장이 몰리는 데 부담을 느낀 탓에 외형이 큰 카카오뱅크를 먼저 상장하도록 한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라며 "카카오뱅크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함께 생각해본다면 카카오페이가 제시했던 희망 공모가를 크게 조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지주사격인 카카오의 기업가치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카카오의 주가는 카카오뱅크 상장 직전, 기대감으로 14만9000원대까지 오르다 카카오뱅크 상장 이후 14만5000원대까지 하락했다. 자회사 상장 이슈가 결국 카카오 주가 변동의 원인인 셈이다. 그러나 자회사의 잇단 상장은 결국 카카오에 대한 지주사 할인율 고민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 등 보유하고 있는 사업의 수익성이 자회사들의 사업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뱅크 등 상장 자회사들의 높은 지분가치가 반영되면 지주사 할인이 추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와도 비교되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라인(Line) 등 몇 개 회사를 제외하면 상장사인 자회사가 많지 않다. 메타버스 '제페토'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네이버의 비상장 손자회사 네이버Z도 기업가치가 10조원까지 거론되는 등 자회사들의 예상 기업가치도 상당한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 주가수익비율(PER)은 카카오보다 현저히 낮다. 9일 기준 카카오와 네이버의 PER은 각각 216배, 5배다. 주당순이익(EPS)은 각각 687원, 9만8182원으로 각각 주식 한 주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반영되는 멀티플(Multiple) 프리미엄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카카오 주식 한 장의 값어치가 네이버 주식 한 장보다 40배 이상 높게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카카오의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70조원 수준인데 여기에 상장한 자회사들의 지분가치까지 반영되면 140조원에 육박한다"라며 "해당 기업가치는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까닭에 향후 더 높은 수준의 지주사 할인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주가 상승세…카카오페이 반사이익?
플랫폼·카카오에 반응…"공모가 조정폭 작을 수도"
'카카오'로 옮겨진 고밸류說…PER, 네이버의 50배
플랫폼·카카오에 반응…"공모가 조정폭 작을 수도"
'카카오'로 옮겨진 고밸류說…PER, 네이버의 50배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8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