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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한동안 잠잠했던 공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여러 리츠를 한번에 담을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새로운 리츠 관련 ETF 상장 소식은 지난해 초를 마지막으로 끊긴 상황이다. ETF 시장이 액티브(능동 운용)와 테마형으로 재편된데다, '리츠 1차 붐'이 일었던 2019년 이미 시장을 선점한 관련 ETF가 이미 존재하는 까닭이다. 다만 이 리츠의 경우 순수하게 국내 리츠만을 자산으로 담은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최근 청약을 진행한 디앤디플랫폼리츠의 공모주 청약엔 1조5939억원의 증거금이 들어왔다. 국내에 상장한 리츠 중 세 번째로 많은 증거금을 확보했다. 청약 경쟁률은 36.4대 1로 지난해 이후 상장한 리츠 중 최고 기록이다.
SK리츠는 9월 코스피에 상장할 계획이다. 총자산 규모는 1조4000억원대이다. 롯데리츠·ESR켄달리츠에 이어 세 번째로 '공룡리츠’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공룡리츠는 시총 1조원 이상인 리츠를 뜻한다. 이외에도 4개의 리츠가 하반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상장된 리츠는 현재 13개며, 예정대로 연내 상장이 이뤄지면 19개로 늘어난다.
하반기 대형 리츠들이 연이어 상장하는 이유는 지난해 급격히 위축된 리츠 투심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로 오피스·상가 등 공실률이 높아지고, 유동성 장세에 성장주가 뜨면서 공모 리츠는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경기가 회복될 거란 기대감이 커지자 공모 리츠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자 리츠가 높은 배당수익률에 투자 대안처로 떠올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상장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평균 7.13%를 기록했다. 이는 예금은행 수신금리(1.05%)·국고채 3년(0.99%)·회사채(2.13%) 등과 비교해도 높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작년 신규 상장한 6개 리츠의 상장 시점이 하반기에 몰려 정상적인 배당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는 상장 리츠 수익률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리츠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인다는 점도 한몫한다. 국내 상장된 13개 리츠 주가는 연초 이후 평균 18.98%(17일 기준)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6.7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택과 오피스텔 등 국내 주거시설에 투자하는 에이리츠는 연초 대비 63.90% 올라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을 시사하므로 부동산의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해 금리와 리츠 주가는 동행한다"며 "금리 인상의 속도와 그 폭도 임대료로 전가가 가능한 수준으로 완만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리츠 시장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국내 리츠만을 담은 ETF는 아직 출시되지 않고 있다.
현재 502개의 ETF 가운데 국내 리츠에 투자하는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과 'TIGER KIS부동산인프라채권TR'로 2개에 불과하다.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이 그나마 리츠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ETF다. 다만 메리츠금융 등 '고배당주'도 일부 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부동산주 비중이 61%, 금융주 비중이 31%다. TIGER KIS부동산인프라채권TR은 30% 가까운 자산을 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을 더 높인 상품이다.
그동안 국내 리츠로만 이루어진 ETF가 출시되지 않은 건 상장 리츠 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TF는 한 종목을 30% 이상 담을 수 없고 10종목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국내 상장 리츠는 지난 2002년 첫 상품이 출시된 이후 2019년까지 10개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6개 리츠가 추가로 상장하면서 처음으로 상장된 리츠 수가 10개를 넘어 '순도 100%' 리츠가 탄생할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리츠 ETF는 아직 종목을 선별할 수 없어 위험부담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시점에서 ETF 구성종목 최소 개수를 맞추려면 국내 리츠를 거의 다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ETF는 기초 자산의 주가를 추종해야 하는데, 국내 리츠를 대부분 담은 ETF의 규모가 커지면 역으로 기초자산인 리츠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가가 급등하게 되면 배당 수익률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걸음마 단계의 리츠 시장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운용업계도 순수 리츠 ETF를 출시할 움직임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운용업계는 이르면 올해 1분기 말 리츠 ETF를 출시하기로 지난해 6월 한국리츠협회·한국거래소와 논의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심해지자 논의는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ETF 트렌드가 테마형과 액티브형에 쏠려 있으며, 미래에셋운용의 리츠 ETF가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이 2년 전 출시한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은 순자산총액이 1000억원을 넘어 시장을 잡았다"며 "시장에 뛰어들려면 이 상품보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리츠, 역대 3위 증거금·’공룡리츠’ 등장에도
테마형ㆍ액티브에 트렌드 집중...선점 ETF도 있어
테마형ㆍ액티브에 트렌드 집중...선점 ETF도 있어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8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