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AI 내재화·인재 수혈 준비 완료…미래차 허들 높아지는 현대차
입력 21.08.26 07:00
테슬라, AI 데이서 자체 슈퍼컴·칩셋 등 로드맵 공개
사실상 SW 개발회사 리크루팅 평…격차 더 벌어져
내재화 어려운 현대차그룹…M&A·외부 협력 대응
기술·인재 확보·원가절감 등 주도권 경쟁 갈수록 험난
  • 테슬라가 AI(인공지능) 데이를 통해 다시 한번 완성차 업체와의 격차를 확인시켰다. 이번에 공개된 기술 로드맵은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상용화를 준비 중인 완성차 업체는 물론 관련 사업에 뛰어든 모든 기업에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주도권 싸움이 한창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차 경쟁 허들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19일(현지시각) AI 데이를 열고 자사 자율주행과 AI 관련 장기 비전과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네트워크까지 기계 학습 최적화를 위해 직접 설계한 슈퍼컴퓨터 'Dojo'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하기 위한 자체 칩셋 'D1' ▲이를 통해 개발할 계획인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 봇'이 주요 골자다. 

    이번 행사는 SW 개발회사의 개발자 공개채용 행사에 가까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춰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채워져 일반 투자자를 염두에 둔 행사로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또 허무맹랑한 계획을 발표했다는 혹평도 나온다. 반면 완성차 업계를 비롯한 시장 관계자들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행사를 둘러싼 관련 업계의 우려는 크게 기술 주도권과 관련 인재 수혈 방식으로 나뉜다. 

    테슬라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자율주행·배터리·AI를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행사 때마다 테슬라 측이 제시한 신기술 상용화 계획이 기약을 넘기며 잡음이 적지 않지만 관련 업계는 결국 테슬라가 제시한 방식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는 데 주목하고 있다. 좋든 싫든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주도권은 테슬라가 쥐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자율주행과 배터리 관련 행사가 투자자 친화적이었다면 이번 AI 데이는 사실상 리크루팅 성격을 띠었다. 테슬라는 실리콘 밸리 인재가 가장 가고 싶은 회사로 꼽힌다. 그런 회사가 AI 개발에 필요한 모든 역량의 내재화를 마쳤고,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며 우수 인력의 동참을 권유한 것. 이제 막 SW 개발 역량을 정비하고 데이터(주행 정보) 확보전 돌입 준비를 하는 완성차 업체가 따라잡기엔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가 공동 창립한 '오픈 AI'에서 작년 발표한 자연언어처리(NLP) 인공 지능 기술인 GPT-3 이후 AI 기술 혁신의 초점은 HW의 집약이 됐다"라며 "AI 데이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테슬라는 인공지능 반도체를 이어붙여 우수한 두뇌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알아서 학습하고 서비스 상품으로 제공하기까지 전 과정 내재화를 마쳤다. 그러니 인간을 닮은 로봇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자율주행 SW 개발 업체·완성차 기업과 테슬라 사이 가장 큰 격차는 양질의 주행 정보가 꼽혔다. 100만대 단위 자동차에서 주행 정보를 확보해 학습시키고 다시 무선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 건 테슬라가 유일한 실정이다. AI 데이는 주행 정보를 학습하고 상업화하는 과정에서 재차 혁신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현대차그룹이나 폭스바겐·GM은 2024년에서 2025년 이후에야 데이터 확보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AI 기술의 경우 자율주행 전기차 기반 로보택시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현대차그룹에도 필수 역량으로 꼽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와 같은 방식으로 관련 핵심 기술을 모두 내재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완성차 업체는 그간 협력 부품사를 통해 분산된 공정 책임과 개발 역량을 정리하고 통합하는 작업이 한창이다"라며 "과거 방식에 비해 직접 부담하는 위험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필요 인력을 적시에 확보하거나 관련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결국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지분 투자·외부 협력을 통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에버 등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과 앱티브·보스턴다이내믹스 M&A 및 스타트업 발굴 사업을 병행하며 자율주행 전기차 진영을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테슬라와의 주도권 경쟁은 점점 더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테슬라가 이번에 공개한 칩셋 D1은 AI 반도체에서 엔비디아의 기술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독자 생태계 구축이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원가절감에서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증권사 완성차 담당 한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이 점점 독자 생태계를 구축한 아이폰의 iOS와 안드로이드 진영을 닮아가고 있다"라며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데 자체 설계 역량을 갖춘 테슬라를 제외하면 다른 완성차 기업은 대안이 없다. 외부 협력을 통해 대응할수록 수익성을 나눠가질 대상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