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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경영권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한앤컴퍼니 양측이 계약 상 거래 최종기한(Drop-dead date)으로 정한 기일(8월31일)은 이미 지났고 홍 회장 측이 1일 일방적으로 ‘계약해제’를 발표했다.
최종 판단은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양측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긴 소송전이 예상된다. 법원은 한앤컴퍼니 측이 제기한 ‘홍 회장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주식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다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남양유업 경영권 지분은 여전히 홍 회장 손에 남게된다.
경영 정상화 작업이 지연되는 동안 회사가 입는 타격은 물론, 거래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양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 7월 주총 전후로 균열조짐
사실 거래구조는 단순했다.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 측은 지난 5월27일 지분 53%를 매매하는 본계약(SPA)을 맺었고, ‘선행조건’이 충족되는 시점부터 13영업일 이내에 거래를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매매대금은 3107억원으로 시가 대비 경영권 프리미엄이 약 87% 더해진 금액이다.
남양유업 측은 본계약 약 2개월 후인 7월15일 이사회를 열어 7월30일 주주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주총에는 한앤컴퍼니 측이 추천한 인사들을 사내·사외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한앤컴퍼니 측은 주총 안건 통과 이후 거래 대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정됐던 주주총회는 개최하지 않았고, 회사측은 주총 당일 주주들에게 6주간(9월14일) 주총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는 즉각 반발하며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홍 회장 측은 주총 연기 사유에 대해 ‘거래 종결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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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종결 준비 더 필요 VS 이사회, 주총 소집도 직접
홍 회장 측의 거래 종결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 즉 거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향후 법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 회장 측은 ▲거래 종결일을 7월30일로 볼 수 없고 ▲’거래종결을 위해선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거래 종결을 위한 임시 주총은 회사측에서 이사회를 열어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 △주총 전날(7월29일) 밤 10시 경 홍 회장 측으로부터 ‘거래종결일이 7월30일이란 통지를 받은 적 없다’는 공문을 받았고, “주총 당일 사전통보와 협상도 없이 (홍 회장 측이) 일방적으로 주총을 연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총을 전후로 홍 회장 측은 법무법인(LKB파트너스)을 선임했다. 홍 회장 측은 거래 종결 기한(8월31일)에 2주가 지난 9월14일을 임시 주총 소집일로 정했다. 한앤컴퍼니 측이 이에 대해 과연 홍 회장 측이 기한 내에 이번 거래를 성사할 의지가 있었는지를 따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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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外 요구사항…’선결 조건’ VS 수용하기 어려운 ‘부탁’
한앤컴퍼니 측은 본계약 이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을 비롯한 ‘부탁’을 했고, 주총 연기 이후엔 새로운 요구사항을 ‘선결조건’이라며 협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요구사항이 ‘매도인 일가 개인들을 위해 남양유업이 부담하기 희망하는 무리한 사항’, ‘한앤컴퍼니가 아닌, 어느 누구라도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라고 표현했다.
홍 회장 측도 한앤컴퍼니에 계약서 상에 명시돼 있지 않은 내용에 관한 협상을 요구한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홍 회장 측은 1일 입장문을 통해 “매수인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은 것들은 인정할 수 없다며 돌연 태도를 바꿨다”고 밝혔다. 홍 회장 측이 계약서에 없는 내용을 요구했다는 의미인 셈이다. 다만 홍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에 결정적 장애가 될 수 있을 만큼의 무리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 측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양측 모두 밝히지 않았다. 다만 남양유업의 일부 사업에 대한 권리 등을 오너일가가 요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는 예상도 있다. 일단은 해당 사안에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매도인 측의 요구를 ▲‘선결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여부 또는 ▲한앤컴퍼니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계약서 상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선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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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없는 불평등 계약 VS 홍 회장이 오히려 강력한 조치 요구
홍 회장 측은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을 받지 않았고, 계약의 내용이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앤컴퍼니 측은 “홍 회장이 M&A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상당한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뤄냈다”며 “오히려 거래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실 통상의 계약에선 인수자가 계약금·보증금 명목으로 금전 등을 지급했다면 매각자는 그 배액 상환, 인수자는 계약금 포기함으로써 계약의 해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다수의 M&A 계약에서는 이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계약서 상에 민법 565조(해약금) 적용을 배제한다거나, 계약금 배액 상환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문구를 넣는 방식 등을 통해서다.
계약금이 없었으니 배액 상환 또는 몰취의 방식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거래 해제에 대한 권한이 매도자 측이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 측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만큼 계약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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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은 법원에…홍 회장 지분 재매각 시도 성사는 쉽지 않아
양측의 입장차가 명확하다보니 소송이 장기화 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홍 회장은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다만 회사는 경영 정상화 시기가 지연되며 유·무형의 위험성에 노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회장은 법정 분쟁이 마무리되는 대로 지분 매각 작업에 다시 착수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홍 회장이 지분을 제 3자에게 다시 매각하기 위해선 한앤컴퍼니가 소송을 취하하거나, 홍 회장 측이 승소해야만 가능하다. 이 기간이 길게는 수 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홍 회장이 지분을 유지한다고 해도 재매각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한앤컴퍼니가 시가 대비 약 90%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붙여 인수제안을 했음에도 거래가 무산된 점을 비쳐볼 때 새로운 원매자가 선뜻 나서긴 쉽지 않은 거래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남양유업의 분기별 영업적자가 누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평판리스크에 노출될 향후 수년 간 기업가치가 현재 대비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진정성 여부를 떠나서 M&A 거래에서 수많은 잡음을 일으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점을 비쳐볼 때 새로운 원매자를 찾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기업가치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굵직한 M&A 거래를 성사해온 한앤컴퍼니 측도 이번 거래를 통해 리스크에 노출됐다는 평가다. 거래 이행을 강제하고 손해배상을 진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PEF의 자금 일부가 묶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현실적인 부담이기도 하다.
홍원식 회장, 1일 계약 해제 발표
한앤컴퍼니 가처분, 계약이행 소송 제기
소송전 예고…홍 회장 재매각 추진은 소송 취하 혹은 승소해야 가능
한앤컴퍼니 가처분, 계약이행 소송 제기
소송전 예고…홍 회장 재매각 추진은 소송 취하 혹은 승소해야 가능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9월 01일 14:4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