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배구조 개편 재개…롯데건설 상장 검토
입력 21.09.02 07:00
롯데렌탈 다음 IPO 타자는 롯데건설…상장 관련 움직임
롯데건설은 주요 계열사 중 사실상 유일한 '코로나 무풍지대'
주요주주 호텔롯데 유동성 확보에 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
최대주주 롯데케미칼, 롯데지주에 지분 넘길 가능성
  • 롯데그룹이 롯데건설 상장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 주주인 호텔롯데의 유동성 확보와 더불어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롯데건설 상장 전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이 보유지분을 롯데지주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룹 내부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 내에선 "롯데건설 기업공개(IPO) 준비에 착수하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롯데지주에서 롯데건설 상장 스터디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언급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롯데건설 IPO는 단순히 호텔롯데 자회사 한 곳의 상장 개념이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 지배구조는 '롯데지주→롯데케미칼→롯데건설'로 이어지는 형태로,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43.79%)과 함께 호텔롯데(43.07%)가 주요주주로 있다.  

    롯데그룹은 앞서 2017년 지주사 출범 후 뉴롯데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총수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지주→계열사'로 이어지는 현 구조에서 점차 일본 롯데 지배력은 낮추고 롯데지주 기업가치는 키우는 식으로 개편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 6월 핵심 계열사에 현물출자 해 지배력을 강화했다. 

    롯데지주는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된 후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 시장에선 호텔롯데를 투자/사업부문으로 분할한 후 롯데지주와 투자부문을 합병시켜 지주 단일 지배구조로 전환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봐왔다.  

    현재는 롯데지주 시가총액이 호텔롯데 기업가치보다 낮다는 점에서 합병 시 신 회장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합병 전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계 법인 지분율을 선제적으로 낮춰놓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로, 특수관계사인 일본 주식회사L투자회사 등이 99%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 기업가치는 한때 15조원까지도 거론됐지만 현재 팬데믹 여파로 영업상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어려워졌다. 재무구조 개선 지연으로 자본확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롯데건설 상장은 이런 호텔롯데의 자금 숨통을 틔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호텔롯데 상장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주요 자회사인 롯데렌탈을 우선 상장시켜 자본을 확충했던 전략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롯데건설이 롯데 관광·레저부문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계열사란 점에서 상장은 순조로울 것이란 전망이 있다. 주택경기 호조에 힘입어 우수한 분양실적을 기록,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이 2019년 5.8%에서 2020년 7.1%, 올 1분기 9%까지 향상됐다. 

    호텔롯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롯데건설 상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이를 롯데지주 기업가치 향상 과제와도 연결시켜 접근할 개연이 크다. 한신평은 최근 발표한 그룹 보고서를 통해 "중기적인 관점에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완성은 호텔롯데 등 지주체제 밖 계열사의 지주체제 내 편입"이라고 분석했다. 

  • 관련업계에선 롯데건설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이 보유지분(43.79%)을 롯데지주에 넘길 가능성에 주목한다. 

    주력 계열사 보유지분 확충이 필요한 롯데지주와,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자본확충이 절실한 롯데케미칼 모두에 이득이 될 거래란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인도네시아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신설을 계획 중으로, 2023년까지 44억달러(약 5조원) 수준 투자금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전량 모두 구주매출에 나설 시나리오는 호텔롯데 유동성 확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지배권 이슈도 촉발한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롯데지주의 지분 매입 시기에 따라 의무보유 지분율이 달라진다는 점도 주목할 사항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손자회사 중 상장사 지분 20% 이상, 비상장사 지분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롯데건설을 상장 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시키려면 최소 40% 지분이 확보돼야 한다. 롯데케미칼 지분 전량을 매입할 가능성이 나오는 대목이다. 

    개정법 시행일(2021.12.30)이 지났을 내년에 편입될 경우엔 의무보유율이 50%까지 오른다는 점에서 지분 매입은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롯데건설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사실상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와 롯데지주는 막대한 평가차익을 실현할 전망이다. 롯데건설 실질 지배력을 가질 롯데지주는 단일 지주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당분간 롯데그룹은 롯데건설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스토리 마련에 열중할 전망이다. 상장 실무를 맡을 IR팀을 구성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이에 대해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는 건 맞지만 롯데렌탈 이후 다음 타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