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바이오 확장 전략 본격 돌입…지배구조 밑그림도 완성된다
입력 21.09.03 07:00
바이오로직스 5~6공장 건립 속도
4공장 준공後 글로벌 최대 CDMO 등극
바이오로직스 주가 고공행진, 전자 주가는 횡보
지배구조 개편 재원마련, 숨통 트이는 삼성물산
JV 바이오에피스 주주 ‘바이오젠’과 중재 진행중
추후 지분 되사와 IPO 추진 가능성도
  •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 사업의 성장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룹은 삼성물산·삼성생명 등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정리 과정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마련 창구가 될 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발빠르게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룹 차원의 바이오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일부 거래들도 파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제 5~6공장 건립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보유한 송도 지역의 부지를 사들이는 작업이 선행하고, 사업성 검토와 시공사 선정 작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로직스는 현재 3개의 공장을 가동중이다. 가동률은 각각 90~100% 수준이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평균 60.5%의 가동률을 기록했는데 백신(모더나 mRNA-1273) 위탁생산 계약을 비롯해 대형 수주건에 힘입어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회사는 오는 2023년 4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준공이 완료되면 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약 62만리터로 세계 최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가 된다.

    사업이 안정궤도에 접어들면서 실적도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엔 창립 이래 최초로 매출액 1조원(1조165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2분기엔 전년 대비 매출 34%, 영업이익은 105%가 증가한 분기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성장세는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9년 말 주당 20만원대에 머물러있던 주가는 최근 100만원을 돌파했다. 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63조원의 규모다.

    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는 삼성물산(43.4%), 2대주주는 삼성전자(31.5%)이다. 현재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는 각각 27조원, 20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물산의 보유지분에 대한 손바뀜이 일어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각각 8%, 5%씩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다. 현재는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추진됨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상당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정공법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과 계열사 간 지분거래를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수 없다는 대전제를 고려하면 결국은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현금이 많은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으로부터 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사오고, 삼성물산은 해당 재원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30만원도 채 되지 않았을 당시엔 이 같은 정공법이 다소 불투명한 방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오로직스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해당 시나리오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굳이 보험업법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현재의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삼성물산이 전자 지분을 되사오는 것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 등의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수십조원의 자금소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바이오로직스의 성장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바이오로직스는 백신 위탁생산이란 호재를 맞아 기업가치가 성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가격 불안정성과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 심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이는 곧 <삼성물산→바이오로직스>, <삼성생명→삼성전자> 각각의 지분에 대한 등가 교환이 가능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바이오로직스는 신약개발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합작법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50%+1주를 확보하고 있는데 나머지는 미국의 제약사 바이오젠(Biogen)이 보유중이다. 바이오에피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약 개발이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에 앞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신약 개발의 통로를 마련하는게 목표다. 

    바이오에피스의 성장이 고스란히 바이오로직스, 그리고 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계열사들까지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합작 관계의 청산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바이오에피스의 경우 추후 유력한 기업공개(IPO)의 대상이기 때문에 바이오로직스는 투자금을 회수할 방안도 마련할 수도 있다.

    마침 양측의 균열 조짐이 감지되기도 한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과거 2012년 맺은 합작계약의 일부 조항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양측의 중재는 현재 진행형으로 오는 4분기 내 청문회 일정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바이오젠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 각종 수사에 대해 바이오에피스에 미칠 영향을 꾸준히 모니터링 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