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구속력 없는 요기요…GS리테일, 인수 이후 본격 ‘비용싸움’ 예고
입력 21.09.07 07:00
컨소시엄 구조에 풍부한 현금실탄…안정적 거래구조
다만 라이더 구속력 없는 업체 지분매입엔 실효성 지적
라이더 유치 쟁탈전에 퀵커머스 투자까지…대규모 비용
  • GS리테일 컨소시엄이 배달앱 2위 요기요 인수작업에 한창이다. GS가 퀵커머스 사업을 필두로 물류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본격적인 대규모 투자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현금 곳간과 투자자 컨소시엄 구성으로 안정적 거래구조를 짰다는 호평을 받지만 인수 대상이 라이더 구속력이 없는 배달앱이란 점에서 비용집행 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GS리테일은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종 인수금액은 유상증자까지 포함해 1조원이다. 이 가운데 GS리테일은 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하게 됐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른 투자자들과 인수금융 조달 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서 거래구조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금실탄도 넉넉해 인수 리스크 또한 크지 않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합병하면서 1분기말 기준 1조252억원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분 인수대금을 모두 외부차입으로 조달한다 해도 재무안정성 저하폭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거래구조로는 호평을 받지만 막대한 비용집행을 수반하는 사업인 만큼 그룹 재무체질이 바뀔 수 있을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요기요의 시장 점유율(M/S)은 20% 수준으로 3위인 쿠팡(18%)과 사실상 격차가 미미한 상황이다. 업계 1위인 배민의 M/S는 약 60%로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후발주자인 쿠팡에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향후 쿠팡이 요기요를 넘어 배민의 입지까지 넘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쿠팡은 3조원에 이르는 판관비 중 대부분을 인건비로 쓰면서까지 라이더 등을 직고용하고 있다. 라스트마일을 위한 충분한 공급망이 배달앱 시장의 확장 관건이란 점에서 수익성과 별개로 쿠팡의 고용구조는 확실한 기대요인이 되고 있다. 

    요기요는 쿠팡과 다르게 라이더 대부분 특수고용 관계다. 라이더 구속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란 점에서 매각전 당시 FI가 아닌 SI는 특히 지분매입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요기요는 올초 기준 2000명 수준의 라이더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마저도 매각과정이 길어지면서 다수가 이탈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추가 라이더 확보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 대우를 내걸며 본격적인 인력유치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라이더 건당 배달수수료를 6000~8000원으로 책정했는데  추가 수수료 할증까지 붙으면 건당 최대 만원의 수입이 가능해졌다. 업계 2위임에도 사실상 매각 이후 새롭게 재건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GS는 요기요 인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할 전망이다. 퀵커머스는 도심 속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에서 보관한 상품을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물류센터에서 배달기사가 픽업해 1시간 내로 즉시배송해주는 구조다. 주문일 다음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보다도 단일 배송비용이 더 든다는 점은 우려요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FC에 보관될 상품들은 소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고된다는 점에서 재고관리에 부담이 따른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더욱 관리가 쉽지 않아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 트럭으로 근접거리 상품들을 한번에 수송하는 로켓배송과 오토바이 한 대의 퀵커머스 수송량은 비교 자체가 어렵다”라며 “인수 이후 본격적인 비용 싸움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사모펀드와의 합작 인수방식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정기간이 지난 후 GS가 FI들의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GS가 퀵커머스 시장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하면 결국 재매각 수순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내부선 이미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개발자 등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