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된 배터리 리콜 충당금…모두가 LGES 대응에 주목
입력 21.09.10 07:07
배터리 전기차 시장 전반 화두로 번지는 리콜 문제
화재 리콜시 완성차·배터리 업체간 책임소재 갈등에
수십조 증설 투자와 상장 통한 조달 전략 '미스매치'
LGES가 내놓을 대응책에 주목하는 전기차·배터리 시장
  • 국내 사상 최대 공모 거래인 LG에너지솔루션(LGES)의 기업공개(IPO)가 잇따른 리콜 충당금 문제로 숙고에 들어갔다. 연내 상장 여부를 떠나 리콜 사태에 대한 LGES의 판단을 주목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작게는 충당부채 관리부터 크게는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 대한 인식까지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9일 LG화학 주가는 종가 기준 74만8000원으로 지난 8월 고점 91만원 대비 17%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GM의 추가 충당금 설정 이후 9월 들어 장중 한때 70만원 선이 깨지며 경쟁사인 삼성SDI와 시가총액 규모가 역전되기도 했다. 주가는 당분간 뚜렷한 회복세를 그리기 힘들 전망이다. LGES가 LG전자·GM과 3사 공동으로 원인 조사에 들어갔지만 리스크를 단기에 해소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여전하다.

  • 전기차 화재와 이로 인한 배터리 회사의 리콜 충당금 문제는 상장 여부 이상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우선 배터리 회사가 충당부채를 어떻게 쌓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다. 

    배터리 사업은 지난 수십년 동안의 완성차 기업과 부품사 간 갑을 관계를 뒤집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기술과 양산 능력을 두루 갖춘 배터리 기업은 전 세계를 통틀어 6~7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수직계열화 대신 배터리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성장 전략을 짜온 편이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양자가 책임소재를 가려야 하게 된다. 완성차 업체는 그간 예상 밖의 리콜이 발생하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설정하고 원인 여부에 따라 부품사에 비용을 청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와 GM도 먼저 품질비를 인식하고 LGES와 분담률을 협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조 단위 품질비를 인식한 채로 실적을 내놔야 하고, 화재가 발생한 이상 판매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라며 "배터리 업체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충당금 설정에 소극적으로 나오거나, 최대한 비용을 적게 부담하려 들 경우 얼굴을 붉히게 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누구 책임이 더 크냐는 식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판매 보증 충당부채가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미리 쌓는 개념인 만큼 현재처럼 완성차가 먼저 부담하는 방식을 지속하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우에 따라선 배터리 업체가 충당금 설정을 미루며 최소화하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다가 예상치 못한 비용이 지속 발생하며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LGES의 경우 충당금 여부에 따라 적자로 돌아서는 등 실적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투자 설명회(IR)에서 추가 충당금 발생 가능성에 선을 그었던 전례가 있어 상장을 앞두고 품질비용을 최소화하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라고 전했다. 

    LGES의 이번 충당금 문제가 배터리 업체의 증설 속도에 대한 우려로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배터리 3사의 증설 속도는 SK이노베이션·LGES·삼성SDI 순으로 파악된다. LGES의 경우 2025년까지 현재 150GWh 수준의 생산 능력을 430GWh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1GWh 증설에 약 1000억원이 필요하단 점을 감안하면 매년 연간 7조원 가까운 설비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이제 막 수익성을 확보한 사업임을 감안하면 배터리 출하량에 맞춰 미리 충당금을 설정하기 힘든 속도다. 

    계획대로 연내 상장에 성공했다면 증설에 필요한 재원과 품질비용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론 상장을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일각에선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증설과 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 도리어 상장 문턱에서 발목을 잡았다는 평도 나온다. 

    증권사 배터리 담당 한 연구원은 "LGES가 운이 나빠서 상장 직전에 충당금 문제가 터진 게 아니라, 상장 이후를 바라보고 '리스키'한 전략을 취했다고 볼 수도 있다"라며 "리콜이 반복되면서 좀 더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면 원하는 시점에 상장하기엔 불리할 수 있었지만 최소한 투자자들에게 예측 가능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선발주자가 매를 먼저 맞는 불가피한 측면도 고려할 필요도 거론된다. LGES는 지난 10년 이상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해왔지만 화재 사고는 전기차 판매량이 급격히 불어난 근래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공급 계약에서부터 전기차 출시 및 화재 사고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충당금 문제를 상장 전략과 결부짓는 것은 결과론적인 추정에 불과하단 이야기다. 

    LGES 관계자는 "상장의 경우 투자자나 발행사 입장에서 합리적인 기업 가치를 도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시기를 앞당기느냐 늦추느냐보다는 가장 합리적인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진행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업체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완성차 업체는 올 들어 배터리 내재화 전략과 공급처를 다양화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사 관리 방식에 따라 향후 양자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IPO나 충당금 문제를 떠나 LGES 경영진이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나올 것인지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1위 사업자인 만큼 공생 관계인 완성차와 화재 재발 방지 및 리콜 관련 합의 과정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주요 사례로 회자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용 문제 외에도 화재 원인을 조기에 수습하고 재발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으면 결국 경영진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과거 갤럭시 스마트폰 배터리 화재 사고 이후 삼성전자의 대응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LGES 측은 오는 3사 공동 조사를 거쳐 오는 10월 각사 별 충당금 부담 규모와 연내 IPO 추진 일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선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LGES 측이 당장 재발 방지책이나 충당금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3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시장의 우려에 대한 종합적인 입장 발표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