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증시 호황과 더불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부쩍 성장했다. 특히 패시브 투자의 안정성에 액티브 운용으로 추가 수익을 노리는 '액티브 ETF'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조차 속속 ETF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성장산업에 포커싱한 테마 투자를 앞세운 액티브 ETF 시장은 빠르게 덩치를 불렸다. 그러나 '대세'가 된지 불과 6개월도 안돼 여러 잡음이 들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규제로 자유로운 운용이 쉽지 않은데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상장지수증권(ETN)도 같은 테마를 등에 업고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국내 액티브 ETF는 2차전지ㆍ전기차 등 이른바 테마형 ETF가 이끌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액티브 운용을 기반으로 삼은 테마형 ETF 시장 규모는 반년 만에 2배 가까이 불어났다. 국내 5대 자산운용사(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가 운용하는 테마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상반기 기준 13조6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조9661억원)보다 2배 늘어난 것이다.
사모펀드에 집중하던 중소형 운용사들도 속속 ETF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지난 5월 주도 섹터를 발굴해 시장 수익률 플러스 알파를 추구하는 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흥국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그간 ETF에 큰 관심이 없었던 운용사들도 이미 상품 출시를 결정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런 인기는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 X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테마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2019년 말 28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1040억 달러, 올해 상반기에는 1430억달러로 늘어났다. 특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의 액티브 ETF(ARK 이노베이션ETF)가 지난해 독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자금 유입에 불을 지폈다.
-
액티브 ETF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지난해 시작된 직접투자 열풍에 유망산업 분산투자에 대한 수요가 더해진 덕분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직접투자를 많이 하는 추세인 와중에 금리가 낮아 어느 한 군데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형 ETF보다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맞물려 자금 유입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액티브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실제 운용 환경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액티브 ETF는 기존 주식형 ETF와 달리 비교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구현하도록 운용방식을 허용한 ETF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규제로 인해 보유종목(PDF)이 패시브 ETF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종목과 매매 시점을 선정하기도 어렵다는 푸념이 운용업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국내 첫 액티브 ETF 중 하나인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 ETF 경우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 ETF'와 PDF가 83.7% 일치한다. 상위 PDF 10개 중 7개가 같으며, 구성 비중 역시 비슷하다.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ETF는 'TIGER KRX300 ETF’와 종목이 74.3% 유사하다.
이는 규제 때문이다. 액티브 ETF의 경우 상관계수를 0.7 이상 추종해야 한다. 티브를 표방하면서도 펀드매니저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30% 수준에 그친다. 이를 준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3달간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최근 상관계수를 0.6으로 낮춰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일축한 상황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상관계수 기준과 관련한 운용사의 불만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은 없다"며 "액티브 ETF가 도입된 지 1년밖에 안 됐고, 출시된 상품도 몇 개 되지 않아 아직은 경과를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첫 ETF가 출시된 미국에는 상관계수와 관련한 규제가 없다. 미국 자산운용사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지 않고, 직접 운용 전략을 세우며 적극적으로 PDF를 구성할 수 있다. 아크인베스트의 '아크 이노베이션 ETF’는 2019년 한 해 동안 1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운용사가 운용을 담당하는 ETF와 달리, 증권사가 운용을 맡는 ETN도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운용업계 입장에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움직임이다.
ETF는 직접 종목을 편입하지만, ETN은 기초지수만 추종하며 가격은 증권사가 매수 매도를 통해 조정한다. 지난해 마이너스 유가 사태 이후 거래소가 ETN 규제를 강화하며 시장이 위축됐지만, 최근 이를 완화하며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전체 199개의 ETN 중 올해 출시된 ETN만 54개다.
ETN은 공모펀드 운용 규제를 받지 않는다. 기초지수도 5개 종목만 편입하면 된다. 이렇다보니 '속도'면에서 ETF를 능가한다는 평가다. 국내 첫 메타버스 간접 상품도 ETN으로 먼저 출시됐다. KRX300이나 코스피200 등 핵심 주요지수를 추종할 필요도 없어 오히려 더 '액티브 분산투자'에 어울리는 상품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들은 ETF와 ETN의 차이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모펀드 운용 규제를 대부분 적용받는 ETF와 달리 ETN은 가볍고 빠르게 때문에 '액티브 ETF'가 유행하는 현 시장에 오히려 더 잘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6개월간 시장 규모 2배로...중소형사도 속속 진입
상관계수 0.7 규제로 차별성 적어...규제 완화는 먼 일
ETN 규제 완화되며 속속 상장...ETF 시장 빼앗길 판
상관계수 0.7 규제로 차별성 적어...규제 완화는 먼 일
ETN 규제 완화되며 속속 상장...ETF 시장 빼앗길 판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9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