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접촉 늘리는 쿠팡…될성부른 창업자 찾는다
입력 21.09.23 07:00
초기부터 시리즈B 단계 스타트업이 M&A 대상
사업부 시너지보다도 각 업계 인재 포섭 차원
아직 진출못한 업종 대상…성장 잠재력에 투자
  • 쿠팡이 최근 스타트업과 접촉을 늘리며 인수를 타진 중에 있다. 기업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소규모 스타트업이 주된 대상이 되고 있다. 인수합병(M&A) 자체가 목적이기보다 각 업계 내 촉망받는 인재를 조기에 포섭, 사업부를 자체적으로 키워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스타트업들을 접촉해 매각 의사를 묻고 있다. 주된 타깃 대상은 초기부터 시리즈B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으로, 이들의 기업가치는 대체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 사이에 형성돼 있다. 

    헬스케어·교육·미디어·인공지능(AI) 등 업종도 다양하다. 당장 매출이 나지 않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 팀을 주로 살피는 분위기다. 

    쿠팡은 이들에 창업자와 C레벨 경영진 지분뿐 아니라 투자사 지분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으로 직전 기업가치보다 크게 웃도는 수준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입된 창업자 및 경영진들은 쿠팡 내에서 사내독립기업(CIC) 체제 성격으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역할을 부여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최근 초기 스타트업들과 접촉을 늘리면서 인수 가능성을 보고 있다. 제안 형태는 '원하는 만큼의 대우는 약속해줄 테니 창업자 포함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들까지 모두 쿠팡으로 와 일해볼 수 있느냐'는 식"이라고 전했다. 

    유망한 업체를 인수해 쿠팡 기존사업과 시너지를 내려는 목적보다도 인재 영입 차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쿠팡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업종의 기업들이 주 타깃이 되고 있는 만큼 업계 내 촉망받는 인재를 조기에 영입, 자체 사업부를 본격적으로 키워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벤처캐피탈(VC)업체 투자심사역은 "아직 진출하지 않은 분야를 직접 들여다보는 대신 그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창업자들을 발굴해 이들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쿠팡은 '블랙홀'이라 불릴 정도로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곳이다. 커머스 사업뿐 아니라 디벨로퍼 진출, 최근엔 콘텐츠 사업 등 영역을 확장 중인 만큼 외부 인재를 수혈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투안 팸 쿠팡 최고기술책임자(CTO)은 앞서  "쿠팡은 비즈니스(사업) 모델 잠재력에 있어 아직 초기 단계"라며 "향후 몇 년간 최고의 인재를 발굴해 육성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그동안 투자유치에 주로 힘써왔던 쿠팡이 기존 대기업들처럼 창업자 지원 등 액셀러레이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최근 불거진 규제 환경이 투자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등 대기업은 별도의 투자조직을 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에 나서왔는데 쿠팡도 비슷한 길을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카카오와 네이버를 필두로 플랫폼 기업들이 정부 규제로 영역확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인 점은 우려요소다. 쿠팡의 스타트업 M&A 시도는 본질적으로 회사의 신사업 진출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당장은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