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부론' 닮아가는 네이버·카카오 빅테크 때리기
입력 21.09.23 10:41
취재노트
비난 여론에 납작 엎드린 카카오…상생자금까지
中 '공부론'에 30조 내놓은 빅테크 떠올리는 시장
당국 조치는 필요…거기서 그치지 않을 거란 우려
선거철 정치권까지 가세해 옥죌까 두려운 시장
  • 카카오에 철퇴를 내리자는 여론이 증폭되자 카카오는 납작 엎드리는 형국이다. 우선 희생양이 된 건 카카오모빌리티다. 일부 사업 철수, 주요 매출원을 토막 내겠다는 약속과 함께 상생자금 명목으로 보따리를 풀고 있다. 

    지난 한 달 새 중국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했다. 시진핑 버전 '공부론'인 '공동부유(共同富裕)'가 부상하자 텐센트를 포함한 빅테크들이 단숨에 1600억위안(원화 약 30조원)을 '모금'했다. 국가가 칼 빼들자 주가는 폭락하고 곳간을 열어 뒷수습하는 모습까지 겹쳐 보인다. 현재 빅테크 때리기가 한국판 공부론처럼 보인다는 푸념이 나온다. 

    규제당국은 카카오그룹 지배구조는 물론 카카오웹툰 갑질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이 꽃배달한다고 했어 봐라, 삼성도 그렇게는 안 했다"라는 식 성토를 등에 업고 버릇을 단단히 고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카카오는 칼끝이 향하는 사업장마다 골목상권 침해하지 않겠다, 수익구조를 손보겠다, 상생 자금을 내놓겠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카카오가 마냥 억울한 피해를 입게 생겼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달 들어 카카오 주가가 박살나자 시장에선 '속도 조절에 실패한 대가'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카카오 그룹은 계열사 상장을 통해 시중 유동성 흡수에 주력했다.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그룹 계열사 간 겹치기 상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유동성에 올라탄 카카오뱅크는 금융지주 두 곳 합산 시가총액을 넘겼고, 김범수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1위 재벌이 됐다. 타깃이 되려고 작정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돈이 넘쳐흐르는 틈을 타 이를 흡수하기 위해 속도를 낸 게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계열사들이 상장을 앞두고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공정·갑질·문어발식 확장 등 불만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령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주가매출액비율(PSR)로 공모가를 산정할 가능성이 높았다. 상장 시점에 맞춰 매출액을 늘리기만 하면 공모 조달 금액이 눈덩이로 불어나는 구조였다. 

    상장을 눈앞에 두고 여론의 반발에 부딪힌 게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사업자에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 등에 조치가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카카오에서 끝날 것 같지가 않다는 점이다. 특정 산업에선 빅테크가 손을 털고 떠나라는 식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과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떠오른다. 상생자금을 내놔란 은근한 협박을 넘어서 해도 되는 사업과 해선 안 될 사업까지 규제로 옭아맬까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선거철 들어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공정위원회가 움직이기 전 여당 소속 한 의원은 자신의 SNS에 "노동은 택시기사가 하고 플랫폼 만들었단 이유로 카카오만 폭리를 취한다. 카카오가 밉다"라는 글을 올렸다. 플랫폼 기업이란 게 길목을 틀어막고 통행료를 걷는 것과 다름없지 않냐는 포털 댓글창 비난과 다를 게 없다. 해당 의원은 K-뉴딜 디지털·그린 분과 소속으로 확인됐다. 지난달엔 여당 유력 대선주자와 플랫폼 규제에 대한 토론회도 공동 개최했다. 

    여론은 물론 정치인들도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가공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들이는 비용이나 사업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아무런 개념이 없는 듯 보인다. 이미 권한이 주어진 사정당국의 행정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선거가 임박한 만큼 앞뒤 안 재는 과감한 규제가 속속 등장할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