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가 불지핀 금소법 논란…핀테크 업계 '대혼란'
입력 21.09.28 07:00
24일 금소법 계도기간 만료로
핀테크社 줄줄이 서비스 개편
중소 업체들은 '생사의 기로'
  •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핀테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당국의 규제 기조와 맞물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플랫폼과 관련한 금소법 시행도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중소형 핀테크 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 

    금소법 계도기간 만료를 앞두고 논의는 계속됐지만 금융당국은 선을 그었다. 당국은 금소법에 따른 등록 요건을 갖추지 않고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온 온라인 금융플랫폼에 대해 “일단 25일부터 서비스를 중단하고 위법 소지가 없도록 개편한 뒤에 재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도기간 내 빅테크 금융플랫폼들의 금소법 위반 여부가 계속 화제가 됐다. 카카오페이는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업체와 제휴를 맺고 투자 상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미등록 중개 행위’라는 당국의 지적을 받고 지난달 말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 

    카카오페이는 금융당국의 지적과 수정을 여러 번 오가며 예정된 상장 일정도 계속 미뤄졌다. 결국 카카오페이는 24일 "증권신고서를 자진정정하고 11월 3일 상장을 목표로 공모 일정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금소법 관련 당국 지도사항 반영을 위해 펀드 및 보험 서비스 개편 작업을 시행하고 증권신고서에 기술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도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사업에 우회 진출한 부분이 금소법 영향권에 놓여있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서비스 중인 금융상품 광고가 중개 행위로 판단되는지 여부가 중점이다. 금융당국은 보험 가입정보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행위도 문제로 삼고 있다. 네이버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마이데이터 사업도 향후 규제 영향권에 들어올 수 있다. 다만 네이버는 금소법에 위반되는 소지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관련 서비스의 중단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국의 단호함에 다른 핀테크 업체들도 줄줄이 백기 투항하고 있다. NHN페이코는 금융상품 비교 및 추천 서비스 채널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이 합작한 핀크도 보험 추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서비스 개편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 당장 금소법을 반영해 서비스 개선을 마무리하지 못한 핀테크 업체들은 ‘초비상’이다. 금융당국은 계도기간 종료 후에도 보완기간을 주고 그 기간 동안은 조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간을 조금 더 버는 것일 뿐, 당국의 해석이 변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계도기간 동안 당국의 방침을 인지해 시정키로 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를 구분해 대응해나갈 계획"이라며 원칙 고수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업체’는 25일 이후라도 연내 시정의견을 당국에 제출해 위법소지를 지체없이 시정하면 조치하지 않을 방침이다. 

    빅테크 업체들의 대응 여부가 화제지만, 더욱 초조한 건 금소법에 따라 생존이 달린 중소형 업체들이다. 일부에선 “카카오, 네이버가 키운 이슈에 우리가 죽게 생겼다”며 원망(?)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대형사들도 분주한 상황이지만 사업 구조가 다변화되어 있고 보수적인 모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애초에 법 시행은 예상된 바고, 준비 기간을 주지 않은 것도 아니다. 금융당국은 올초 ‘중개’ 해당여부 판단기준을 발표하고 법 시행 후 6개월의 계도기간을 지정했다. 그럼에도 충분한 대응을 하지 못한 업체들이 다수다.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사처럼 법적 대응력이 체계적이지 않을 뿐더러 금소법의 핵심인 ‘중개’ 판단 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당국의 해석이 중요해 자체적인 서비스 수정 및 중단에 나서기 어려웠단 설명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올해 P2P대출 쪽에서 문제가 생겨 당국쪽에서 경고음으로 인식했고, 빅테크 이슈가 커지면서 예상보다 ‘칼질’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 입장에선 기간을 주고 ‘알아서 고쳐라’ 한 것이고, 시장은 대비는 하지만 ‘설마 그정도까지’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당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2월에 가이드라인이 나오고 핀테크 업체들도 계속 당국에 질의를 했고, 선제적으로 문제될 부분을 수정해 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작은 업체들은 충분한 설계가 안돼있고, 라이선스 따기도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당국은 온라인 금융플랫폼 업체들이 제공하던 대출 및 보험상품 비교 서비스, 펀드 판매 등이 ‘광고’가 아닌 사실상의 ‘중개’ 서비스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소법에 따라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다수의 핀테크 업체들은 중개업자 등록이 안돼있고, 관련법에 따라 중개사업자 자격 취득이 쉽지 않아 사실상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전면 수정해야 한다. 광고 혹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기반으로 한 ‘고객 맞춤 추천’이 핵심 서비스인 중소 핀테크 업체들은 수익모델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9월 10일 기준 협회 소속 마이데이터(본인 신용정보 관리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18개사 중 12개사가 금소법에 맞게 서비스 내용을 개편하거나, 새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특히 보험, 펀드 상품과 관련된 이슈가 복잡하다. 대출성 상품은 금소법에 따라 업체들의 중개업 라이선스 신청이 진행중이다. 카드도 ‘제휴모집인’ 형태로 서비스를 하면 가능하기 때문에 큰 이슈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소법에 따르면 보험 판매 라이선스가 없는 사업자는 상품을 중개할 수 없다. 그런데 보험업법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보험대리점을 등록할 수 없다. 펀드의 경우 자본시장법에 근거해 ‘투자성 상품’을 중개하려면 투자권유대행 라이선스가 필요한데 ‘법인’은 투자권유대행 등록을 할 수 없다. 

    보험 상품을 추천하고 중개하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보맵은 핵심 사업 중 일부를 중단했다. 당국이 개인화된 보험상품 추천을 ‘중개행위’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해빗팩토리도 자사 보험비교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업체의 경우 마이테이터 라이선스를 보유하면서 오로지 보험만 취급하면 ‘최악’인 셈” 이라며 “지금의 당국 해석이 그대로 적용되면 그런 업체들은 제공하는 서비스 전부를 다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