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주가 부진·대주주 이탈…빅테크 덮친 겹악재
입력 21.09.28 07:00
네이버·카카오, 사실상 사업 중지…규제는 이제 시작
쿠팡, 주가 악재 이어 대주주 이탈까지 시작
달라진 기류에 숨죽이는 SSG닷컴과 마켓컬리
  •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겹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세계적으로 플랫폼 기업들에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으로부터 규제 압박을 받고 있다. 사업 활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설립 초기부터 연을 이어온 대주주까지 투자금을 회수해 이탈하려는 조짐까지 포착됐다.  

    네이버·카카오, 사실상 사업 중지…규제는 이제 시작

    국내 빅테크 기업들의 겹악재는 규제 리스크로부터 시작됐다. 카카오·네이버·쿠팡을 중점으로 플랫폼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과 독점적 시장구조에 따른 골목상권 위협 가능성이 입길에 올랐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0월 5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플랫폼 대기업의 책임자들을 부르기로 했다. 네이버·카카오·야놀자 등의 책임자와 함께 쿠팡 강한승 대표도 출석한다. 

    사업 확장 길도 사실상 닫혔다. 25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 등 금융플랫폼업체는 금융소비자법(금소법) 위법소지를 해소할 때까지 금융상품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  

    규제 리스크는 국정감사와 대선정국을 앞둔 정치적 이슈와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이 시기만 지나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다만 빅테크에 대한 규제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전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부터가 진짜'라는 분석이 다수 나오고 있다.  

    규제 공포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9월초를 기점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최근 다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낙폭 규모를 단기간 내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쿠팡, 주가 악재 이어 대주주 이탈까지 시작

    쿠팡은 이달에만 10%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달 27일 30달러대가 최초로 깨진 이후 줄곧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상장 초기 100조원을 넘기기도 했던 시가총액은 현재 50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주요 대주주들이 보유주식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요 투자자들의 대규모 엑시트 우려도 커졌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은 앞서 상장 당시 "쿠팡의 성장성을 믿기 때문에 지분을 팔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지만 보호예수가 풀리자 보유주식 중 10%를 처분했다. 2대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의 매각규모도 2조3000억원에 이른다. 

    대주주의 이탈은 대형 플랫폼 규제 이슈에 따른 비우호적 영업환경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설립 초기부터 연을 이어온 대형 투자자들이었기에 이들의 이탈 조짐은 가장 큰 위기요소로 떠올랐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그동안 유일했던 자본조달 수단(에쿼티)마저 한계에 부딪힐 전망이다.  

    달라진 기류에 숨죽이는 SSG닷컴과 마켓컬리 

    상장 준비에 한창인 IPO 커머스 대장주들은 달라진 기류에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확장성을 발판삼아 최대로 유동성을 확보했던 쿠팡은 남은 플랫폼 기업들에 '롤모델'이 돼 왔지만 증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업가치를 최대로 책정받기 위해 그간 '플랫폼'을 앞세워 왔던 이들이 이젠 오히려 '플랫폼' 꼬리표를 원치 않는 상황이 됐다. 이르면 내년 상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마켓컬리와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상장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달라진 금융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동성 장세로 플랫폼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돼왔지만 금융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상장 실패 등 연쇄효과를 일으킬 것"이라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에 든든한 우군이 돼줬던 투자자들은 금리인상 등에 대비해 유동성 회수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헝다그룹 사태 등 금융위기 발발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했던 자본조달 수단마저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