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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굿즈’를 내놓을 때마다 한바탕 난리가 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코리아)는 28일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 음료 구매 시 '50주년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담아 제공하는 행사를 열었다. ‘리유저블 컵 데이’는 스타벅스 50주년과 세계 커피의 날(10월 1일)을 기념해 진행된 캠페인이다. 일회용 컵 사용 절감에 대한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리유저블 컵에는 50주년 기념 특별 디자인이 그려졌다. 고객은 이 컵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고객 대란을 막기 위해 1회 주문 시 최대 20잔까지만 가능하다. 이날 행사는 서버 폭주로 스타벅스 앱 접속 지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리유저블 컵 행사가 현 시점에서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는 모르겠다. 텀블러를 가져가도 여기에 커피를 담을 수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 4단계 중엔 텀블러만 확인하고 300원 할인 후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아준다.
스타벅스의 텀블러 할인 정책이나 코로나 이후 개인용 머그잔이나 텀블러 사용 중단은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스타벅스코리아가 ‘친환경’을 이유로 종이 빨대를 주면서 플라스틱 텀블러가 담긴 커피를 파는 행사를 여는 건 이율배반이지 않냐는 의견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미 집안 찬장에는 쓰지 않는 스타벅스(꼭 스타벅스 굿즈가 아니더라도) 텀블러 몇 개가 눈에 띌 것이다. 리유저블 컵은 단순히 SNS에 올려야 하는 ‘잇템’ 그 이상 이하도 아닐지 모른다. 이미 이 리유저블 컵은 ‘당근마켓’에 리셀로 나왔다. 컵 한 개당 적게는 3000원, 많게는 8000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한정판 리셀 운동화를 SNS에 올리는 정용진 부회장이 보면 흐뭇해 할 만한, 성공적인 마케팅인 셈이다.
행사의 취지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스타벅스코리아의 매출 증대와 이로 인한 몸값 높이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난 24일, 이마트는 미국 스타벅스(Starbucks Coffee International)에서 보유한 스타벅스코리아 주식 70만주(17.5%)를 4859억원에 인수했다. 이번 계약으로 이마트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율은 50%에서 67.5%로 확대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기업가치는 10년 만에 35배 가까이 늘어난 2조77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마트는 부인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스타벅스코리아의 상장 가능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이마트 입장에선 자금 조달 창구로 스타벅스코리아만한 자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벅스코리아가 몸값을 더 올리기 위해선 한 잔의 커피라도 더 팔아야 한다.
유통의 핵심은 많이 파는 거다. 기왕이면 ‘있어 보이게’ 팔면 더 좋다. 요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ESG’만한 게 없다. 내가 즐겨 마시는 커피가 친환경적이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마치 내가 환경 보호에 앞장 선 것 가는 느낌을 줄 테니 말이다)
다만 그게 얼마나 환경 보호에 실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게 문제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친환경’ 텀블러가 모회사인 이마트의 ESG 지수에는 긍정적일까? 이러면서도 다음에 또 다른 굿즈가 나오면 한바탕 소동이 또 펼쳐질 테다.
Invest Column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9월 28일 17:28 게재